변동성 낮아지고 반도체 호황 기대감 높아져…“하이닉스 실적 발표, 지수 상단 열어줄 트리거”

국내 증권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동 전쟁에 따른 변동성이 완화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은 전세계 소비 원유량 30%의 물동량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모든 항구를 역으로 봉쇄하면서 맞불을 놨다.
코스피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4월 17일 기준 6191.92로 정규장을 마감하면서 일주일 전과 비교해 7.75% 상승했다. 지난 2월 26일 기록한 전고점 6307.27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는 뉴욕 주요 증시의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이기도 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일주일 동안 0.79% 상승에 그쳤으며, S&P500도 3.11% 상승에 머물렀다.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코스피는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지난 3월 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2.06% 빠지며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일에는 7.24% 폭락한 상황에서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전쟁 내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발언을 이어갔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3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위대한 군대가 준비돼 있다”면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3월 10일에는 “전쟁 막바지”라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6.38% 상승하기도 했다.
4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스피 기준 4월 들어 5% 이상의 낙폭을 기록한 거래일은 없었다. 같은 기간 5% 이상 폭등한 날도 4월 1일(8.44% 상승)과 4월 8일(6.87% 상승) 등 2거래일에 그쳤다.
현 시점에서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거친 언어로 몰아붙이는 국면에서도 종전 기대감이 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지난 7일부터 2주간 휴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초 2주간 휴전 협상 조건으로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역봉쇄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과 이란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약 21시간 동안 파키스탄에서 미국과 이란이 첫 종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를 강력히 원한다. 며칠 내로 2차 협상이 열릴 수 있다”라고 말해 종전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4월 1일부터 17일까지 4조 4083억 원을 순매수하며 그간의 매도세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한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35조 7477억 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반도체의 힘
코스피 시가총액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이 중동 전쟁 여파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인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I(인공지능) 산업이 회복되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코스피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7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매출은 133조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57조 2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85% 폭증했다. 시장의 관심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K하이닉스에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49조 6756억 원, 영업이익 34조 5381억 원이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1.6%, 364.1% 증가한 수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4월 17일 “4월 23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 체력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 상단을 추가로 열어줄 핵심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코스피 중소형주에도 그 온기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코스피 주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시장의 기대감이 대형 IT 기업 중심으로 갔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저평가 중소형 종목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