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들 치킨게임 속 적자 지속…오렌지디 해산 이어 피너툰 상반기 종료 소식도
#“콘텐츠 제작사들 치킨게임”
지난 1월 16일 스튜디오예스원이 청산종결등기를 마쳤다. 지난해 9월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해산 결정을 한 법인은 남은 자산과 채무를 정리하면 완전히 청산된다.

스튜디오예스원은 직접 작가와 제작 인력을 채용해 로맨스·판타지·무협 등 장르의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제작하고 인기 작가 판권을 유치해 자체 IP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스튜디오예스원은 웹툰과 웹소설 IP를 영화·드라마·게임 등 2차 저작물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뒀다. 예스24나 원스토어는 스튜디오예스원의 자체 IP를 통해 수익성을 꾀하는 동시에 이를 유통해 웹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었다.
스튜디오예스원은 설립 당시부터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장남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및 예스24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2021년 3월 김석환 대표는 “예스24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스튜디오예스원의 IP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작품 하나가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해 창작자가 창작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예스원은 웹툰 ‘잠입! 재벌고’, 웹소설 ‘마법 없는 아카데미 재앙급 마법사’ 등을 기획·제작해 여러 플랫폼에 입점시켰다. 문제는 실적이었다. 설립 이후 스튜디오예스원은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설립 첫해인 2021년 약 5억 원의 순손실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0억 원, 2023년 14억 원으로 손실폭이 늘어났다. 지난해 스튜디오예스원의 매출은 6억 원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은 7억 원 규모였다.
스튜디오예스원의 실적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19 엔데믹(풍토화) 이후 국내 웹툰·웹소설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김신 웹툰협회 회장(중부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은 “웹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면 엔데믹 이후엔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며 “플랫폼들도 신작 유치를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웹콘텐츠 제작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는 “콘텐츠 제작사들은 주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제작을 진행하는데 웹툰화가 어려우면 신작 기획·제작이 위축된다. 핵심 소스가 되는 웹소설 IP의 판매도 부진해진다”며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회사의 자회사인 콘텐츠 제작사들이 있는 데다 웹소설 콘텐츠 제작사들이 많다. 엔데믹 이후 웹툰·웹소설이 아닌 문화생활에 소비자들이 시간을 쏟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사들이 치킨게임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제작사 중 문을 닫은 기업은 스튜디오예스원뿐만은 아니다. 3월 웹툰·웹소설 플랫폼 리디의 100% 자회사 오렌지디도 주주총회결의에 의해 해산했다. 2020년 설립된 오렌지디는 웹툰과 웹소설을 제작해 리디 등 플랫폼에 제공해왔다. 2023년 오렌지디의 순손실은 20억 원으로 2022년(6억 원)보다 233% 증가했다.
이와 관련,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많은 웹툰이나 웹소설이 로맨스·판타지·학원액션물 등 인기가 있는 특정 장르에 치중하다 보니 독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며 “차별성이 없으면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도 상단에 노출되기 어려울 뿐더러 2차 저작물을 선보이기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 침체…사업 효율화 분석도

원스토어는 주력인 게임과 앱마켓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2월 원스토어는 100% 자회사 로크미디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로크미디어는 판타지와 게임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과 웹소설 IP를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다. 앞서 2021년 3월 원스토어는 로크미디어를 인수했다. 원스토어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원스토리(옛 원스토어 북스)’에 로크미디어 작품들을 선보였으나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예스24 관계자는 “예스24는 문화 콘텐츠 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웹툰·웹소설 시장이 좋지 않았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영적인 판단에 의해 (스튜디오예스원을) 청산하게 됐다”며 “스튜디오예스원 인력은 북팔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까지 해서 유통을 해보려던 사업”이라며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스튜디오예스원을 청산했다”라고 밝혔다.
웹툰·웹소설 산업의 침체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측은 “2024년에 449개 작품을 유통했던 ‘피너툰’ 서비스가 2025년 상반기에 종료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2024년도의 위축된 분위기는 2025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전반적인 영상 제작 시장 환경이 좋아져야 웹툰·웹소설 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