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 2점대 방어율…롯데 팀타율 0.285로 리그 전체 1위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지난 10년 사이 포스트시즌을 단 한 번만 경험했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기에 개막을 전후로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시즌을 마무리할 무렵이면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만년 하위팀으로 여겨지던 한화와 롯데가 이번 시즌만큼은 달라진 모습이다. 4월부터 순위를 끌어올린 이들은 5월부터 LG 트윈스와 함께 '빅3'로 자리를 잡았다. 한화는 시즌 초부터 선두를 지키던 LG를 추월하기도 했으며, 롯데 역시 좀처럼 3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팬들의 열광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높은 곳에서 만난 두 팀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3연전은 올 시즌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두 인기 구단의 만남에 주중에 펼쳐지는 경기였음에도 사직구장은 3일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외야까지 가득 채운 관중들은 구장 전체를 일렁이는 파도타기 응원으로 열기를 뿜어냈다.
3연전의 첫 경기는 한화가 가져갔다. 이전까지 4승 1무를 기록하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선발 투수 와이스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원투펀치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직전 경기일에 LG로부터 빼앗은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 수년 동안 관중석에서 연신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로 마음을 달래던 팬들은 이제 승자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롯데였다. 홈 관중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1패 뒤 2연승으로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4위 삼성과의 격차를 벌리며 다시 한번 빅3로서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한화는 지난 시즌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개막전 패배 직후 7연승으로 시즌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7연승 과정에서 선발 투수가 6승을 챙겼다. 예외였던 1경기에서도 선발투수 류현진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의 힘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였다.
이번 올 시즌 역시 팀 컬러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시즌 중도에 합류한 와이스에 이번 시즌 새롭게 영입된 폰세까지 외국인 투수진은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시즌이 반환점에 다다르는 가운데 이들은 나란히 9승씩을 챙겼다. 또한 약속이나 한 듯 이들 원투펀치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 0점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인다.
한화가 자랑하는 에이스 류현진도 KBO리그 복귀 1년 차였던 지난 시즌보다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류현진은 갑작스러운 복귀 결정, ABS 적응 등의 문제를 겪은 탓에 시즌 막판까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안정적인 모습으로 팀의 선두권 등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최근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에 불편함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같은 한화의 강점은 최근 롯데와의 3연전에서 잘 드러났다. 첫 승을 가져간 경기, 선발 와이스는 8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 9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 막았다. 피안타는 단 3개였다. 한화로선 불펜까지 아끼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반면 약점도 드러낸 시리즈였다. 선발 투수가 먼저 점수를 내줬고 추격을 하는 데 실패했다. 올 시즌 한화의 타선은 탄탄한 마운드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19일 롯데전에서도 한화는 경기 막판 점수 차가 좁혀지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무리 김서현까지 투입하며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9회 마지막 찬스에서 끝내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현재 한화의 팀타율은 0.254,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무르고 있다. 홈런은 5위(53개)로 역시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다 반등한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2023시즌 홈런왕 노시환도 기복이 심하다. 안정적인 순위 유지를 위해선 타선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가 마운드, 특히 선발의 힘으로 상위권에 올랐다면 롯데는 공격력이 두드러진다. 팀타율 0.285로 리그 전체 1위다.
이전부터 공격에 무게를 둔 팀 컬러를 자랑해왔던 롯데다. 1군에서 일정 시간 이상 타석에 들어선 선수 중 2할 9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만 8명이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지난 시즌 202안타의 기세를 올 시즌도 이어가며 73경기 299타수 103안타(1위), 57타점(2위), 타율 0.334(2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팀타율에서 1푼 5리의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장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홈런은 단 42개로 선두 삼성과는 30여 개의 격차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롯데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2시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 페넌트레이스 3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롯데의 타선은 타율은 0.288로 리그 1위에 올랐으나 홈런은 68개로 리그 내 압도적 최하위였다. 박정태, 김민호, 전준호, 김응국, 이종운 등은 거포는 아니지만 단타로 상대를 괴롭혀 '소총수 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송진우, 한용덕, 정민철 등 쟁쟁한 한화 투수진을 난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는 전민재, 장두성, 윤동희, 고승민 등은 모두 2020년을 전후로 프로에 발을 내딛은 자원들이다. 지난 시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의 신임 아래 점차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돌아가며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것 또한 이번 시즌 롯데가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은 이 같은 롯데의 강점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신인포수 박재엽은 지난 18일 경기에 데뷔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2회 자신의 첫 타석에서 선제 3점 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수비에서도 준수한 모습으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이튿날에는 올 시즌 육성선수로 입단한 박찬형이 데뷔 첫 안타를 만들었다. 전날 치른 데뷔전에서 대주자로만 활약했던 그는 이날 자신의 1군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박찬형이 안타를 친 공은 곧장 롯데 더그아웃으로 전달됐다. 신인 야수의 첫 안타를 기념하기 위한 선배들의 배려였다. 기회를 받는 어린 선수마다 결과를 만드는 모습에 롯데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한화와 롯데의 상위권 도약은 단순 우연으로 치부되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며 유망주를 모은 결실을 이제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투수 유망주를 모아왔던 한화는 단단한 마운드를 만들었고, 야수 선발에 비교적 집중했던 롯데는 공격력이 두드러진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전까지 하위권에 머물러 지탄을 받았던 과거 프런트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이번 시즌 상승세에 올라탄 한화와 롯데의 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