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부상에도 2군 자원으로 분전…최하위까지 내려갔다 4위로 전반기 마무리

KBO리그 전반기가 마무리되면서 5위권 안에 들어온 팀들이 한화, LG, 롯데, KIA, KT 순이다. 이 가운데 시즌 초반과 비교했을 때 가장 극적인 성적을 올린 팀이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였던 대전 한화전에서 스윕 패를 당하며 단독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지만 KIA는 4월 12일까지만 해도 키움보다 아래인 최하위였다.
가장 큰 원인은 부상자 속출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곽도규, 황동하(이상 투수), 김도영, 김선빈, 윤도현(이상 내야수), 나성범, 박정우(이상 외야수) 등이 대거 이탈하면서 라인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KIA가 전반기 4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 함평에서 1군으로 콜업된 유망주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로 인해 팬들 사이에선 KIA를 ‘함평 타이거즈’로 부르기도 한다.
7월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KIA는 6월 한 달 동안 15승(2무7패)을 쓸어 담으며 6월 승률 1위(0.682)에 올랐다. 월간 승률 2위 한화(0.550)와의 격차가 1할을 웃돌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KIA의 6월 반등 배경에는 함평에서 올라온 선수들의 분전이 있었다.
다음은 주요 ‘함평 타이거즈’ 선수들의 2025시즌 성적이다(7월 11일 현재).
성영탁: 21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71 (25⅓이닝 11탈삼진 8볼넷)
이호민: 9경기 1승 평균자책점 2.61 (10⅓이닝 3탈삼진 7볼넷)
고종욱: 23경기 타율 0.328 2홈런 10타점 출루율 0.369 장타율 0.466 OPS 0.835
오선우: 69경기 타율 0.307 8홈런 34타점 출루율 0.365 장타율 0.475 OPS 0.840
김호령: 49경기 타율 0.284 2홈런 24타점 5도루 출루율 0.363 장타율 0.432 OPS 0.795
김석환: 30경기 타율 0.274 1홈런 13타점 출루율 0.338 장타율 0.384 OPS 0.722
김규성: 81경기 타율 0.254 1홈런 12타점 4도루 출루율 0.327 장타율 0.304 OPS 0.631
위기가 곧 기회라는 걸 이 선수들은 성적으로 증명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올 시즌 ‘함평 타이거즈’의 시발점으로 오선우를 꼽았다. 4월 12일 1군에 합류한 오선우는 4월 13일 광주 SSG전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회 2-2 동점 상황에서 초구를 받아쳐 마수걸이 역전 투런포를 터트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좌익수와 우익수, 1루수를 오가며 알토란 활약을 펼쳤고 KIA 전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거론됐을 정도다.
배명고와 인하대를 거쳐 2019년에 데뷔한 오선우는 ‘미완의 거포’였다. 타고난 힘이 좋아 최형우와 나성범의 뒤를 이을 거포로 주목 받았지만 1군에만 올라가면 정확도가 떨어져 지난해까지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함평에서 절치부심하던 그에게 1군 선수들의 부상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2023년 KIA 재활군 코치로, 그리고 2024년부터 퓨처스 타격코치로 활약 중인 최희섭 코치는 ‘일요신문i’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선우에 대해 “3-4-5를 목표로 하는 욕심 많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오선우는 타율 3할에 4할 출루율과 5할 장타율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 2군에서도 그걸 목표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체력이다. 지난해 함평에서 제일 경기에 많이 나섰고, 모든 부문에서 성적이 좋았다. 그런 가운데 체력을 보완했던 게 지금 1군에서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최희섭 코치는 지난 6월 29일 잠실 LG전에서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2-2 대승을 이끌었던 고종욱이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고 말한다.
“시즌 초반에는 고종욱이 2군에서 의기소침한 면이 있었다. 그러다 1군 올라가서 방망이가 잘 맞고 잘 돌아가면서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경험이 많은 선수라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함평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지켜본 터라 고종욱의 눈물에 나도 덩달아 울컥해지더라.”

김호령은 그동안 뛰어난 외야 수비 실력에 비해 타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주로 백업과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올 시즌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고, 1군 콜업 후 7월 5일 롯데전에서 데뷔 첫 만루홈런과 함께 데뷔 첫 한 경기 2홈런으로 펄펄 날았다.
최 코치는 김호령이 함평에 있을 때 진갑용 감독과 함께 변화에 대한 주문을 많이 했다고 설명한다.
“프로 11년 차를 맞이하다 보니 선수가 오랫동안 해왔던 루틴을 내려놓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 없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조언했고, 타석에서 안 좋을 때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하는 등 상황에 따른 조정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노력들이 1군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또 한 명의 투수가 올스타전에 대체 출전한다. KIA 좌완 윤영철이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올스타전 출전이 무산되자 팀 동료인 성영탁이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영탁 또한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이다.
성영탁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 신인 선수들 중 마지막에 이름이 불린 만큼 입단 당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프로 2년 만인 지난 5월 1군 데뷔 후 주력 불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더니 올 시즌 21경기 평균자책점이 0.71을 기록했다. 1군 데뷔 후 17⅓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레전드 조계현의 13⅔이닝 무실점을 뛰어넘은 새로운 팀 기록을 남겼다.
최희섭 코치는 최근 함평에서 1군에 오른 선수들의 활약과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 2군 선수들에게 엄청난 자극과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IA가 1위를 질주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지면서 2군에 있는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2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 상황이 함평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을 뜨겁게 만드는 중이다.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1군에서 성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한 것이다. 정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최 코치는 함평의 성장 원동력이 많은 훈련량과 러닝에 있다고 정리했다.
“진갑용 감독님이 함평을 맡고 나서 훈련량이 이전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많이 늘었다. 경기 없는 날에는 오전 오후는 물론 야간 훈련까지 진행한다. 감독님이 러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수들로선 당연히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선수들이 1군에서 펄펄 날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 선수들이 목표를 세우게 됐고 욕심을 갖게 됐다. 그게 정말 힘이 나게 만든다.”
KIA 타이거즈는 전반기 내내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3월 22일 김도영으로 시작해서 7월 10일 윤영철까지 팀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로 인해 ‘잇몸 호랑이’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전반기 최악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4위로 마무리한 건 엄청난 선전이었다. 이제 남은 건 3위 안으로 성적을 끌어올리면서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이 1군에 복귀했을 때 라인업 운영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즉 KIA의 ‘잇몸’ 역할을 해준 선수들의 활용이 궁금해진다. 이범호 감독이 새로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