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 마련해야” vs “현장 혼란 가중” 수험생 기대와 우려 교차…법조계 “근본적 구조 개선이 먼저”

음서제는 고려와 조선시대 과거를 통과하지 않고도 관직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로스쿨 제도는 2009년 도입된 이후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고액의 등록금과 함께 입시 컨설팅과 사교육, 로펌 인턴십까지 더해져 로스쿨이 특정 계층, 특히 법조인 가문 출신 자녀에게 유리해졌다는 비판이 제기 되면서다.
2024년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국내 로스쿨 재학생 10명 가운데 7명(68.2%)은 소득 9~10 분위 가구 출신이거나, 국가장학금 없이 전액 자비로 학비를 부담하는 고소득층 자녀로 나타났다. 반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자녀의 비율은 5.86%에 불과했다.
게다가 로스쿨 연평균 등록금은 1400만 원 이상으로 일반 대학원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46만 9714원으로, 일반 대학원의 평균 등록금인 966만 4054 원과 비교하면 약 50%가량 더 비싸다.
과거 1년 동안 로스쿨 입학을 준비했던 장 아무개 씨는 “법학적성시험(리트)을 준비하는 데만 1년에 600만 원 이상이 들었다”며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이후 학비나 추가적인 비용까지 고려해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등록금 못지않은 사교육비도 학생들에게 부담 요인이다.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리트 시험의 과목별 기본 강의는 100만 원 안팎이며, 실전 연습 강의와 모의고사 해설 강의는 50만~80만 원 수준이다. 온라인 강의를 무제한으로 수강할 수 있는 '무제한 패스'는 300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 시험을 목표로 하는 대형 학원의 연간 종합 관리반 수강료는 1000만 원을 넘으며, 서초구 한 유명 기숙학원은 1인실에 월 260만 원을 받고 있다. 시험 직후인 2월부터 다음 시험까지 등록할 경우 약 286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입시업계는 사법시험 부활이 상위권 대학을 진학해야 한다는 부담을 낮추며 수험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로스쿨 합격자 대부분이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 출신이라, 수험생들 역시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며 “사법시험이 부활할 경우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고, 로스쿨 학비 등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사법시험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새로 형성되면서 비용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유명 변호사시험 대비 학원 관계자는 “현재도 비전공자가 로스쿨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사법시험이 부활하더라도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법시험 대비를 위한 별도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장 아무개 씨(28)는 “로스쿨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 시스템이 존재하고, 장학금 제도 역시 마련돼 있다”며 “이미 현 제도에 따라 로스쿨에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사법시험 부활 논의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국내 25개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은 36%이며 연간 등록금액에서 장학금을 뺀 실질 등록금은 910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로스쿨 입학을 위해선 리트 외에도 학점, 영어, 비교과 등 다양한 요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학교 1학년부터 전략적인 준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비법학과 학생들은 법학 과목 이수를 위해 타 대학과의 학점 교류를 활용하기도 한다. 제도가 바뀔 경우 수험생들은 입시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한 아무개 씨(27)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특별전형 학생들은 로스쿨을 합격해도 사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워서 변호사 시험에 낙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입학생도 비용 부담으로 연결되는 학벌, 학점 등 이외의 요소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쿨 특별전형은 일반전형과 달리 특정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전형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 비법학사, 특정 분야 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제8회 변호사시험 기준 일반전형 입학생의 합격률은 50.78%인 반면, 특별전형 입학생의 합격률은 33.6%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 이외 로스쿨 특별전형 입학생의 합격률은 18.8%로 더욱 낮았다.
변호사시험에 다섯 차례 낙방한 로스쿨 졸업생을 일컫는 이른바 ‘오탈자’에게 사법시험 부활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로스쿨 졸업생은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가 5년 이내 5회로 제한돼 있어, 이를 넘기면 졸업장을 가지고도 변호사가 될 수 없다.
로스쿨 졸업 뒤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상실한 이 아무개 씨는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며 “사법시험이 부활한다면 직장을 병행하면서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시험 부활 논의에 앞서 현행 로스쿨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6월 27일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사시 부활에 대한 언급을 두고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할 것이 아니라 현행 로스쿨 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로스쿨의 다면적 입학 전형을 통한 선발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검증됐다”며 “결원보충제 폐지·입학정원 준수를 통한 로스쿨 교육의 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승구 인턴기자 tmdrn30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