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고령층 급여의약품 처방 건수 높아…법제화 과정 연령별 초진 제한 여부 최대 쟁점 될 듯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된 후 1년 어땠나

연령별 비대면 진료 초진 건수를 살펴보면 20~29세가 19만 264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30~39세 17만 8480건(24.8%), 40~49세가 9만 6884건(13.5%)으로 뒤를 이었다.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초진 건수도 많았다. 0~9세는 8만 9753건(12.5%), 10~19세는 5만 3801건(7.5%)으로 19세 포함 소아청소년 진료 건수는 20%에 달했다. 이외에는 50~59세(5만 710건, 7.1%), 60~69세(2만 5893건, 3.6%), 80세 이상(1만 9660건, 2.7%), 70~79세(1만 3686건, 1.9%) 순이었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19 이후엔 초진 예외 허용, 재진 중심의 시범 사업 형태로 바뀌어 운영됐다. 지난해 2월부터는 의정 갈등 여파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초진도 전면 허용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의료기관은 지침에 따라 초진과 재진을 구분해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다. 건강보험 급여목록 산정지침에 따르면 초진 환자는 해당 상병(상처를 입거나 앓는 일)으로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진료과목 의사에게 진료 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다. 재진 환자는 해당 상병으로 같은 의료기관의 같은 진료과목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다. 해당 상병의 치료가 끝난 후 같은 상병이 재발해 진료를 받으려 내원한 경우는 초진 환자로 본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수는 비대면 진료 청구 건수보다는 적을 것”이라며 “환자 1명이 같은 날 여러 진료 과목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같은 날이라도 진찰료가 2회 이상 청구될 수 있어 비대면 진료 건수도 중복돼 집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7월 22일 취임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 청문 서면 질의를 통해 “국민의 의료적 안전성과 편의성, 취약 계층의 의료접근성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제도 공백 없이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을 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환자군 범위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진숙 의원안은 18세 미만과 65세 이상, 섬·벽지나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 교정시설 수용자 등만 초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보윤·우재준 의원안은 초·재진 환자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폭넓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권칠승 의원안에는 응급환자나 정신질환자, 보호자 동의 없는 14세 미만 아동 외에 대부분 환자에 초진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선 소아청소년과 고령층에 초진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8월 4일 발간한 이슈 브리핑을 통해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또는 65세 이상 환자는 안전성 측면에서 초진이 더 어려운 대상”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선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개개인이 그 기간 다른 증상, 기타 질환이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건강상태 데이터를 추적해 안전성을 검증한 결과도 보고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김헌성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청소년이나 고령층에만 초진을 허용하자는 것 역시 환자들의 편의성에만 방점을 찍은 발상 같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초진 대상에 제한을 두면 현장 수요와 괴리가 생길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많이 이용하는 성인 연령대를 제한하거나, 몇 살은 되고 몇 살은 안 되는 식의 법은 타당성이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초진을 전면 허용하되 지침을 세부적으로 만드는 게 유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은 “응급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제한하거나 당뇨 등 만성 질환자의 연속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는 등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단계에서 의료계가 주도해서 임상 지침을 만드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며 “일본은 후생노동성과 의사단체가 함께 만든 가이드라인 통해 문제가 있는 약물 처방은 지양하는 등 임상적인 프로토콜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르면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비대면 진료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여야 간사단은 법안심사소위 개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 복지위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이 소위 안건으로 다 확정되면 법안소위에서 병합 심사할 예정”이라며 “쟁점이 있는 법안은 여러 차례 심사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진숙 의원안과 권칠승 의원안 모두) 당론은 아니다. 추가적으로 법안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상임위에서는 전진숙 의원안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