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필수 앱인데 갑작스럽다” 부모들 반발…운영사 “월 1000원 구독료, 일부 적자 해소 수준”
#똑닥이 뭐길래
똑닥의 핵심 서비스는 병원에 가지 않고 접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진료 접수예약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 본인 진료 차례에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 병원에서 막연히 대기하는 불편함과 현장에서의 2차 감염 등의 위험을 줄여준다. 이외에도 실시간 대기 인원 확인, 진료비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7년 출시된 똑닥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1위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병원 1만여 곳과 연계돼 있으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140만 명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소아과를 찾는 부모들의 언택트 수요가 높아지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특히 수도권 내 인기 있는 소아과나 소아용 거점병원 등에선 똑닥 없이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도 수백억 원의 누적 적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 시장에도 혹한기가 왔기 때문이다. 결국 비브로스 측은 똑닥 출시 6년 만에 유료화 전환을 결정했다. 멤버십 가격은 월 1000원, 연간 1만 원이다. 회사가 가격을 정한 기준은 ‘사용자들이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최소 단위’다. 똑닥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가격 자체는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브로스 측은 똑닥 유료 멤버십과 관련해 “그동안 서비스의 잠재력과 성장세를 바탕으로 외부 투자를 받고, 다시 서비스에 재투자하여 성장하는 보편적인 플랫폼 성장 방식으로 운영해오고 있었는데, 2022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서비스의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운영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멤버십을 론칭하게 되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이어 “멤버십 구독료로 적자를 일부 해소하는 수준으로, 흑자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BM(사업모델)을 추가할 수 있도록 회사의 존속 가능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유료화 자체에 대한 우려
엄마 아빠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대체로 멤버십 가격보다는 유료화 자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월 1000원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애초에 무료였던 진료 예약 서비스에 돈을 지불해야 하고, 심지어 멤버십에 가입한다고 원하는 시간에 확정적으로 예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기 소아과의 경우 몇 초 만에 진료 접수가 마감되기도 한다. 추후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방문한 한 어머니는 “처음부터 유료화를 계획하고 일단 모든 병원에 퍼뜨려 놓는 전략이 아닌가 의심했다”며 “1000원만 내면 똑닥을 쓰지 않는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예약이 되니까 돈 내고도 사용하는 것 같다. 오늘도 똑닥으로 예약했는데 여기 병원이 유난히 똑닥을 많이 쓰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한두 군데를 제외하면 근처 소아과들은 대부분 똑닥이 필수다. 보통 오전 9시 15분에 예약 오픈을 하는데 10~15분 정도 되면 대기가 40번까지 밀린다. 앞으로도 똑닥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한 소아과에서 만난 어머니는 “유료화에는 반대 입장이지만 여기가 워낙 인기 병원이라서 똑닥을 안 하면 직접 방문해야 하고 현장 대기는 너무 길다. (병원이) 아침 9시 오픈인데 6시 반부터 줄을 선다더라. 의사 선생님이 맘에 들어 진료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똑닥을 이용해야 된다. 지금은 무료 이용기간 두 달이 있어서 사용하고는 있는데 프로모션이 끝나면 계속 이용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입장을 내비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한 소아과에서 만난 어머니는 “유료화된다고 해서 거들떠도 안 봤다. 무료로 잘 쓰던 것을 갑자기 유료로 써야 된다고 하니 내키지 않더라”라며 “여기 소아과가 아무래도 집이랑 가깝기도 하고 오래 다녔던 곳이라서 현장접수하면 되지만 건강검진 등은 (아이 신상 등을) 작성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 똑닥 앱을 써야 된다. 유료화 이후엔 앱 자체를 안 켠다. 하지만 만약에 영유아 건강검진 시기가 오면 ‘써야 돼 말아야 돼’ 고민할 것 같다”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고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불확실한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수익화 문제로 골몰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난을 겪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등에 관한 법과 규제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시장을 떠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똑닥의 서비스 유료화 행보를 따라가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결국 치킨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앱들도 유료화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SSG와 쿠팡이 계속 경쟁하면서 일장일단을 겨루듯 헬스케어 업계도 파이게임이 지속되면서 수수료율은 점점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유료화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다른 후속사업 모델을 찾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브로스 관계자는 “멤버십에 관한 의견은 모두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똑닥이 제공하는 가치에 집중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남은 과제는 없나
똑닥 유료화가 앱 의존도를 심화해 의료 취약계층이 더 소외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이용자는 “할머니가 손주 데리고 소아과 접수 오셨다가 똑닥 때문에 접수 마감돼서 그냥 돌아가시는 것을 봤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방법이라도 알려드리려 했지만 휴대전화도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라며 자기가 겪은 사례를 공유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현실을 보면 몰리는 병원만 몰린다. 똑닥 없이는 인기 있는 병원에서 발을 돌려야 하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어느 정도 쏠림 현상이 방지가 되기도 한다.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막아준 앱이 똑닥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약국의 키오스크화 등 의약업계가 정착되지 않은 디지털 문화에 과잉 의존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와 관련, 비브로스 관계자는 “누구나 빠르게 가입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고,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멤버십 구독료가 큰 부담으로 느껴질 분들에 대해서는 이미 면제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구독료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향후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