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해산’ 여당 공세에 ‘대여투쟁’ 강경파 부각…인지도 높은 김문수 대세 속 장동혁 맹추격 구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은 당을 상징하는 색깔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연일 국민의힘을 저격하자 이에 맞서 강한 야당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앞 다퉈 나오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 아예 배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전당대회 국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집권당 대표의 맹공격에 당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선장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혁신위가 내세웠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에 대해 찬성하던 당원들조차 정청래 체제가 들어서자 강성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지역구를 다녀본 국민의힘 의원들 절대 다수의 전언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문수 후보부터 스탠스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기조에서 다소 발을 빼는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정청래 체제’가 시작되자 본래의 색깔로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연일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을 때리고 있다.
김 후보는 8월 6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나와 정청래 대표의 과거 시위 전력과 국민의힘에 대한 극우화 지적을 동시에 소환하면서 “(정청래 대표 같은) 이런 사람이 극좌 테러리스트지 우리 당에 누가 극우가 있느냐”면서 “이 사람들은 정말 내로남불이 도를 넘어서 자기들이 극좌 테러리스트인데 지금 거꾸로 우리 보고 극우다 이렇게 말하는데 이거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여당 대표를 향해 ‘극좌 테러리스트’라는 극언으로 맞선 김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는 8월 3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 참석해 “이재명 정권이야말로 최고의 독재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성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보수정당 열혈 지지층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 출연에 대해 유보적이었던 김 후보는 이 생각도 바꿨다. 그는 8월 7일 전한길 고성국 씨 등의 유튜버들이 주최, 고성국TV에서 열린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강한 톤을 이어나갔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입당을 희망할 경우 당연히 받아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그분이 계엄을 (선포)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느냐.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 주적은 국내에서는 이재명이고 남북을 합쳐보면 김정은”이라며 “지금은 민주화 투쟁 3단계로 진짜 민주화운동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를 했었다. 그는 8월 1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되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방문할 계획이 현재는 없다”고 밝혔었다. 그리고는 극우성향 논란을 빚어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주관하는 유튜브 출연 여부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현재는 출연계획이 없다”고 답했었다.
전당대회 후보들 중 가장 강성 목소리를 내온 장동혁 후보는 그 경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극우 논란에 대해 “좌파에서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쓰던 못된 프레임으로 우리를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라면서 “제가 당대표가 되면 저를 극우로 몰았던 분들은 알아서 나가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장 후보는 8월 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당대표가 된다면 정청래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관저 앞에서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하다고 외쳤던 동료 의원을 혁신의 대상으로 몰아 당을 나가라고 소리치는 분들이 당대표가 된다면 위헌정당해산으로 가기도 전에 당을 스스로 해체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강한 적이 생기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내부 결집에 대한 촉구가 나오기 마련인데 정청래 체제가 만들어지고 국민의힘을 없애버리겠다는 공세까지 가해지자 지역구에 가보면 뭉쳐야 한다는 당원들이 많아졌다”며 “윤 정부와의 선택적 계승을 통해 여당과 맞서 싸우자고 했던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부각됐다. 윤 정부와의 완전한 절연을 외친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민심 50%가 반영된 덕분에 컷오프에서 살아남았을 뿐이다. 컷오프된 주진우 후보는 중도적 의견을 내다 존재감이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을 채용했다가 낭패를 본 박근혜 탄핵 시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모두가 공인하는 리더십, 그리고 민주당에 절대 밀리지 않는 강한 저항력을 갖춘 ‘스트롱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쇄도하는 배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됐던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은 홍준표 당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참패로 홍 대표가 물러난 이후 김병준 비대위, 황교안 대표 체제가 잇따라 들어섰지만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20년 총선에서 또다시 민주당에 대패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에게 더 다가서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정책 정당으로의 변신을 모색했다. 그러나 “당신이 뭘 아느냐”는 투의 강고한 당 내부 벽에 막혀 분명한 변화를 일궈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민주당을 잘 아는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약점을 파고들면서 이를 발판으로 자유한국당을 대안 세력으로 만들어보려 했으나 내부 거부감은 컸고 제1야당 체질 변화는 일어나지 못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종료되고 2019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등장한 황교안 대표 체제 역시 ‘예고된 불행’을 잉태했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직전이었던 2019년 1월 2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는 동시에 유력주자로 불리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불출마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내놨다.
황교안 전 대표는 좌충우돌 끝에 2020년 봄 총선 대참패로 불명예 퇴진했다. 본래 황 전 대표 성향과 맞지 않는 인위적 강성 이미지를 과시하면서 황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규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아스팔트 민심에 호소한 것이다.
황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여당에 거칠게 대항하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보이면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황 전 대표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삭발과 단식 등 강경투쟁으로 돌파하고자 했지만 근본적인 당 개혁을 일궈내지 못했다. 주목을 끄는 이벤트로 그때그때 위기 국면은 돌파했지만 근본적인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총선의 시계가 다가오면서 분열된 보수진영을 규합해야 하는 과제도 초보 정치인 황 전 대표에게는 벅찼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11월 새로운보수당 등을 향해 보수통합을 제안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2월에야 보수통합을 이뤘다. 가까스로 보수가 뭉쳐졌고 미래통합당이 창당됐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현실 정치를 잘 모르는 유약한 리더십으로는 386세력이 주도하는 거친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경험칙을 국민의힘은 갖고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 실패한 리더십이 호명되면서 강성 리더십이 세를 얻고 있다”고 했다.

전당대회 구도가 사실상 ‘매운맛 감별’로 흐르는 속에서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1강 1중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둘 중 누가 더 매운맛을 보여주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결국 인지도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당내 선거를 많이 경험해본 다선 의원들의 예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출신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8월 5일 매일신문 유튜브 ‘서수현의 일타뉴스’에 나와 “당원들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을 정청래 대표 옆에 차례로 붙여볼 것”이라며 “이렇게 해보면 인지도나 경험 등 측면에서 김문수 후보 말고는 사진을 부착할 만한 후보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이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주장도 강하게 나온다. 김 후보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놓고 보여준 행동을 보면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제법 많은 숫자의 의원들 반응이다. 장동혁 후보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도 맞닿아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 다수는 김 후보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라며 “하지만 의원들이 당원들의 표심 단속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완전히 끝났고 모바일 투표 특성상 당원들이 직접 판단하는 구도인데 이런 방식에서는 같은 강경파라면 인지도 높은 후보를 찍는 경향이 높아 김문수 후보가 일단 유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