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공략 교두보 기대했으나 자리 못 잡아…신세계푸드 “대안식품 관련 기존 역량 유지·활용할 계획”
#미국 찍고 글로벌 시장 도전장 내밀었지만…

베러푸즈는 2022년 9월 신세계푸드가 300만 달러(약 42억 원)를 출자해 미국에 세운 회사다. 당초 신세계푸드는 미국의 선진 R&D(연구개발) 기술을 도입해,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Better Meat)’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베러푸즈를 설립했다. 신세계푸드는 베러푸즈를 통해 대체육뿐 아니라 우유, 치즈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은 세계 최대 대안식품 시장이다. 앞서 2016년부터 제품 개발에 나선 신세계푸드는 2021년에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공식 론칭했다. 2023년엔 대체육 등을 활용해 요리한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선보이기도 했다.
베러푸즈는 2024년 1월 미국 벤처캐피털 ‘클리브랜드 애비뉴(Cleveland Avenue)’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클리브랜드 애비뉴는 맥도날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한 돈 톰슨이 2015년에 세운 글로벌 벤처캐피털 기업이다. 신세계푸드는 클리브랜드 애비뉴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고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2024년 3월 베러푸즈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자연식품 박람회 ‘내추럴 프로덕트 엑스포(NPEW)’에 참여해 콜드컷과 소시지패티 등 대체육을 비롯해 식물성 간편식 10여 종, 유아왓유잇 브랜드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했다.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 신세계푸드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육류·해산물·우유·요거트·아이스크림·치즈 소매 매출은 2015년 177억 달러에서 2024년 286억 달러로 6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식물성 육류 매출은 22억 달러에서 61억 달러로 177% 증가했다. 다만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스핀스(SPIN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식물성 식품 소매 시장 규모는 81억 달러로 2022년(85억 달러) 대비 소폭 줄었다.
미국의 대표 식물성 대체육 생산기업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1억 5610만 달러(21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때 200달러를 넘어섰던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현재 2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미국 대체육 기업 임파서블푸드의 경우 나스닥 상장(IPO·기업공개)이 거론되던 당시 기업가치가 70억 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기업가치는 20억 달러 미만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은 햄버거 패티 등 다짐육에 대한 니즈가 크다. 대체육에 대한 접근성은 높지만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인 굿 푸드 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 환경이 위축되면서 식물성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문을 닫거나 업계 재편이 일어났다”며 “시중 제품들 중 상당수가 소비자가 원하는 맛·가격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B2B 중심 사업 유지

이와 관련, 문정훈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신선한 고기를 잘라 불판에서 구워먹는 걸 좋아하는데 국내에서 개발된 대안육은 대부분 패티나 슬라이스 햄 형태다. 기존 식품 대비 썩 맛있지도 않다”며 “그나마 두부면이나 렌틸콩 파스타 등 밀가루 대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식품은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대안식품 시장도 분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외식업체나 급식업체도 대중적인 메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대안식품의 경우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안식품에 대한 고객사 니즈가 높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푸드는 매출 7301억 원, 영업이익 21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7758억 원, 영업이익 143억 원) 대비 매출은 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49% 늘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말 ‘노브랜드피자’ 영업을 종료했고, 오는 10월부로 스무디 전문점 ‘스무디킹’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신세계푸드는 급식 사업과 외식·베이커리를 포함한 제조서비스 사업을 펼친다. 최근 ‘노브랜드버거’로 외식 사업부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관련기사 ‘버거’로 쏠쏠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신세계푸드 향한 기대와 우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안식품) 사업 검토를 했으나, 국내외 대안식품 시장이 정체 혹은 침체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시장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다만 국내에선 대안식품 관련 기존 역량을 유지하고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