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티켓 값이 관객 감소 원인으로 드러나…‘어쩔수가없다’ 흥행 기대 불구 영화계 불황 그림자

순위는 곧 바뀔 전망이다. 8월 31일까지 315만 4041명의 관객을 동원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곧 3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F1 더 무비’는 물론이고 ‘좀비딸’까지 넘어설 수도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사전 예매만 92만 장(개봉일 0시 기준)을 넘기고, 개봉 이틀 동안 115만 196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폭발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찍으며 독주 중이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 수 자체가 줄어드는 비수기 9월에 접어들면서 500만 돌파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여름, 성수기를 맞았던 국내 극장가에는 관객 수가 급증했었다. 극성수기로 분류되는 ‘7말8초’가 시작되는 7월 25일부터 관객 수가 뚜렷하게 늘었다.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일평균 52만여 명으로 그 전주 24만여 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극장가 호황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여름 성수기에 맞춰 정부가 7월 25일 ‘영화관 입장권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한 것. 영화 티켓 값 6000원을 할인해주는 할인권으로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할인권을 사용하면 1000원에 영화 관람이 가능했다. 문화가 있는 날인 7월 30일에 개봉한 ‘좀비딸’은 평일임에도 개봉 첫날 43만 8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문화가 있는 날과 할인권 복합 효과를 톡톡히 봤다. 7월 30일에는 무려 86만 명이 극장을 찾아 올해 일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할인권 사용 기한이 9월 2일로 끝난다는 점이다.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겨우 넘긴 세 편의 영화가 연간 박스오피스 1~3위를 기록 중이던 한국 극장가는 여름 성수기에 맞춰 배포된 할인권 덕분에 힘겹게 500만 관객 영화와 400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다. 할인권이 사라지는 9월 3일 이후 극장가는 다시 한산해질 수밖에 없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꾸준히 흥행세를 이어가고, 9월 24일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가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켜 주길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비수기라는 계절적 특성에 더해진 ‘극장 관객 수 감소’란 큰 흐름을 막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일각에선 할인권 효과를 통해, 비싼 티켓 값이 그간의 ‘극장 관객 감소’의 주요 원인임이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극장 티켓 값은 1만 5000원 수준으로 넷플릭스 등 OTT 한 달 이용료보다 비싸다. 다시 티켓 값이 1만 원 수준이 된다면 극장가에 다시 봄이 올 수 있을 듯하지만, 고정비 상승 등으로 티켓 값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계속 정부가 세금으로 할인권을 찍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좋은 콘텐츠를 양산하는 것이다.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관람하고 싶은 영화가 많아진다면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선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감이 크다. 제82회 베니스(베네치아) 영화제에 공식 출품된 ‘어쩔수가없다’는 평단과 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2026년 3월에 열리는 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가능성까지 전망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영화계에선 ‘어쩔수가없다’가 많은 상을 수상하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할지라도 관객 감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몇 편의 잘되는 영화가 스크린수와 관객을 독점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빈익빈부익부만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여름 정부가 배포한 할인권 효과 역시 일부 흥행작 영화에 집중되고 말았다.
게다가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투자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한국 영화 제작 편수도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극장가는 그 빈자리를 과거에 개봉했던 영화를 재개봉하는 방식으로 메워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지라도 볼 영화가 없어 발길을 다시 돌리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전 세계를 강타한 K 열풍의 한 축인 한국 영화가 고사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김은 프리랜서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