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드롬된 ‘케데헌’의 제작 비하인드 “한국의 정체성 담은 공감의 이야기”

매기 강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캐나다로 이민간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쿵푸팬더3' 등 세계적인 인기 애니메이션의 작업에 참여해 온 그는 첫 연출작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아낸 '케데헌'을 선택했다.
'케데헌'의 시작이자 그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그가 초등학교 2~3학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이라고 했더니,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고 설명해도 지도에서 찾지 못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서 가리켰는데 우리나라의 색이 중국, 일본과는 다른 색으로 표시되고 주변국처럼 설명돼서 충격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 사람은 우리나라를 이렇게 보는구나, 라는 걸 느끼며 내가 우리나라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마음이 그때 생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뚜렷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 매기 강 감독은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도 없었다. 오랜 시간 해외에 머물면서도 현재 한국인들도 100%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케데헌'에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다.

이에 대해 매기 강 감독은 "기존 해외 작품에서는 아시아 문화가 종종 왜곡돼 표현된다. 중국 이야기를 다루는 '뮬란'에서 캐릭터들이 기모노처럼 보이는 복장을 한다든가 하는 묘사를 보면 아시안으로서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나"라며 "그래서 정확하게 한국 문화의 디테일을 만들고자 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한국 멤버들이 다 함께 계속 수정하면서 완성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뚜렷한 정체성과 꼼꼼한 디테일 외에 감독이 꼽은 '케데헌'의 특징이자 세계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요소 가운데 하나는 '공감'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똑같이 가지고 있다. 사랑받기 위해 숨기거나 인정받지 못해 수치심을 느끼는 지점도 마찬가지"라며 "초기 테스트 스크리닝 때 6살 여자아이가 주인공 루미가 가진 두려움, 친구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봐 숨기는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연령과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사에 대한 공감과 함께 '케데헌'의 완성도 높은 K-팝 OST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작품 흥행을 견인했다. 최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헌트릭스의 대표곡 '골든'(Golden)과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라이벌 그룹 사자보이즈의 '소다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까지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전부 휩쓸고 있는 명곡들이다.

'케데헌'은 OTT 오리지널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개봉까지 이어질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상 유례 없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 만큼 후속편에 대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열망도 크다. '케데헌' 결말에서 진우의 희생이 후속편에도 그대로 유지될지, '데몬 헌터스'들이 결성되기까지의 과거사는 어떨지, 사자보이즈에 이어 헌트릭스에 맞설 새로운 K-팝 그룹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시청자들 사이에서 즐거운 토론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매기 강 감독은 "(후속작 관련) 아직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한국의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롯이 요즘 난리인데 그런 곡들이나 헤비메탈도 좀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우의 죽음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편 강 감독은 오는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춰 다시 내한해 관객들과 '케데헌' 관련 경험을 나누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지금 해외에서 압도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케데헌 스페셜 싱어롱(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할 수 있는 체험형 관람) 상영회'도 국내 최초로 열릴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