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재건축 가치’ 투자 공식 만들어져…수익성 최대 변수 ‘재초환 부담금’ 뜨거운 감자

따라서 재건축 사업은 지가(아파트 가격)의 우상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믿음을 전제로 진행하는 것이며, 그 믿음이 클수록, 즉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속도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기울기가 완만할 경우 재건축을 하면 수익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만약 기대가 지가의 우하향으로 바뀌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에선 변화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편향’이 발동한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대로 놔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요컨대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를 통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불량 주거 지역을 재정비하는 재개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테크 사업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재건축 속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요즘 정부나 서울시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도록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에 따른 부담금이다. 조합원들은 재초환 부담금으로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우니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강남구 한 재건축 조합원은 “수억 원씩 부담금을 내는 데 누가 재건축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모두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재개발은 개발 부담금을 물리지 않으면서 유독 재건축만 부과하느냐는 불만이다. 하지만 비강남 사람들은 이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재건축은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만큼 일부라도 개발 이익 환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건축 개발 이익을 놓고 이처럼 조합원과 국민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재초환은 한마디로 단박에 풀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대부분이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조합원과 국민적 시각을 절충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