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입” 사퇴·탄핵 압박에, 일각 “물증 없다면 역풍 가능성”…사법부 내부선 자정 요구 목소리도

사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12일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소집, 사개특위가 추진 중인 의제를 7시간 반 동안 집중 검토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들이 참여하는 사법부 최고위 협의체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개편안’ 등에 대해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국민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므로, 국민 신뢰 회복과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사법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의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대법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시 대법원 청사 신축 등에 1조 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대법관 30명 집무실, 재판연구관 등 824명의 필요 면적, 법원 청사 설계지침 기준면적 등을 적용하면 11만 6456.68㎡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대법원이 계산했다. 이를 위해서는 총 사업비가 1조 4695억 원이 드는데, 이 가운데 부지 매입비만 1조 819억 원으로 산정했다. 사실상 예산을 앞세워 대법관 증원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내란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부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을 문제 삼는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3월 7일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 이후 재판에 연속 불출석하고 있는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특검의 추가기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자체 개혁의 시작으로 내란 사건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만이라도 교체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사법부가 내놓은 재판지원 방안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 법관 한 명을 추가 배치해 부담을 덜어준다’였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고의로 ‘내란 청산’에 소극적 대처를 하고 있다고 보고, 3대 특검 사건 공판을 도맡는 ‘전담재판부’ 도입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9월 18일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3대 특검이 수사한 사건을 각각의 전담재판부가 심리하도록 규정했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2심 법원인 서울고법에 각 특검별로 3개씩, 총 6개의 전담재판부를 신규 설치하는 내용이다. 선고 기간도 명시해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또한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촬영을 허용하는 ‘재판 중계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특위 소속 김병주 의원은 “내란 사건 재판이 지귀연 재판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알다시피 ‘침대축구’를 하고 있다”며 “3대 특검 각각 전담재판부를 만들어서 속도감 있게 재판하고 국민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시 사법부는 대법관들이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 판결 전 사건 기록을 전자문서 형태로 봤다고 말했다. 이에 열람 소요시간 등 모든 로그기록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사법부는 아직까지 그 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영교 부승찬 의원 등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3일 후인 4월 7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최은순 동거인’ 김충식 씨 등이 오찬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공개하며 “이 모임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의 공정성 훼손을 넘어 보수진영에 정권을 이양할 목적으로 대법원장이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 요구를 넘어 탄핵 추진까지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본인의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9월 17일 “조국혁신당은 조희대 없는 대법원, 지귀연 없는 재판부를 만들겠다”며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해뒀다”고 엄포했다.

국민의힘도 조 대법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9월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 “말 안 듣는 조 대법원장 끌어내리려는 얘기 아닌가. ‘청담동 술자리 시즌2’ 아니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공개한 제보 녹취 음성을 두고도 ‘가짜 AI음성’이라면서 반격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진위 확인 여부’에 대해 “이를 처음에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9월 18일 일요신문 유튜브 채널 ‘신용산객잔’에 출연해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언론처럼 크로스체크 해야 한다”면서 “유튜브에 의존하는 의정활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신용산객잔’ 장성철 “민주당 의혹 제기, 조희대에게 오히려 면죄부 줬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 공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사법개혁은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시대적 과제다. 대법관 증원이나 전담재판부 설치 등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단계를 밟아 가면 된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을 계속 때리면 악감정에 따른 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법원장 탄핵도 현재 상황이면 기각이 유력하다.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 행보와 거취 논란을 두고 어수선한 모양새다.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9월 18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분명히 한 점은 모두에게 안도감을 줬다”면서도 “사법부 수장의 공식 입장으로서는 일부 표현이 다소 모호하게 읽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공개 질의와 건의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 선고일 이후부터 이재명 전 대표 사건 파기환송심이 선고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한 전 총리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사실이 있었냐”며 “한 전 총리와도 만난 사실 자체가 전혀 없었다면, 만난 사실이 없음을 분명하고도 명징한 언어로 다시 한 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9월 16일 코트넷에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 선고 관련 “어떤 경우라도 법원의 판결이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우려와 의심을 했다면, 비록 대법원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지라도 이를 해소해 줘야 할 적극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 중인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송 부장판사는 “윤리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적법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나 알 권리를 감안해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역시 9월 16일 성명을 통해 “지금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개혁에 많은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고, 법원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은 대법원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대법원이 비상식적인 절차를 통해 선고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조 대법원장은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며 “법원장들을 앞세워 대한민국 보수의 마지막 전사처럼 행동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결자해지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사법부가 사법개혁의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