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속기록에서 삭제됐다 기자단 항의에 복구…“진실 지우려 한 조작”

그는 “기록은 민주주의의 블랙박스다.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블랙박스를 고칠 수 없는 것처럼 국가의 기록 역시 권력의 입맛대로 수정되어서는 안 된다. 기록을 건드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진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그럼에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추미애 의원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발언했으면서도 대통령실이 배포한 속기록에서는 이 대목을 슬그머니 뺐다”며 “언론의 항의가 빗발치자 1시간도 안 되어 복구됐지만 이는 논란이 커지자 진실을 지우려 한 조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언론 앞에서 실시간으로 삭제와 복구가 반복됐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위치를 망각했거나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할 수 있다고 자만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더구나 강 대변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는 언론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고 진실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는 오만한 태도”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의 입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말실수로 끝나지 않고 곧바로 외교적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역대 정권에서 기록을 지우거나 통계를 왜곡하려던 시도는 결국 국민의 심판 속에 정권 자체를 지우고 말았다. 역사는 기록과 숫자를 통해 진실을 남기고, 끝내는 권력을 심판한다”고 덧붙였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16일 논평에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즉각 해임하고 메시지 라인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여당의 사퇴 압박에 가세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실제로 여당에서는 조 대법원장 사퇴,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논란이 되자 불과 1시간여 만에 강 대변인은 다시 브리핑을 열어 오독·오보라며 언론 탓으로 돌렸다”며 “국민 앞에서 삼권분립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스스로 내놓고 스스로 번복한 뒤 남 탓까지 하는 모습은, 대변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을 브리핑 속기록에서 삭제·수정했다는 점”이라며 “기자들의 반발이 있자 이 부분을 다시 포함해 속기록을 공지했지만, 대변인실 속기록은 대통령기록물로 보존되는 자료다. 실제 발언을 삭제·수정했다는 것은 은폐 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곧 대통령의 뜻이다. 무엇보다 헌법과 법치에 직결된 사안일수록 그 무게는 막중하다. 그런데 말을 내고 번복하며, 책임까지 언론에 돌리는 태도는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온정주의로 감싸서는 안 된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혼선을 수습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전했다.
앞서 강 대변인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촉구’ 발언에 대한 질문에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브리핑 속기록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을 누락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은 기자단의 항의로 다시 속기록에 추가됐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