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구속’ 주목받았지만, 한덕수 영장 기각 후 지지부진…김용현·노상원 입 여는 게 관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호는 반 년간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든 영역은 혼돈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도도한 민심의 강물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호를 난파시켰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지난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안정과 확실성 시대로 회귀했다. 동시에 내란사태를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청산 작업이 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조치가 ‘3대 특검’ 임명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논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100일이 된다. 이에 일요신문은 3대 특검을 출입하거나 담당하고 있는 취재진이 작성한 ‘특검수사 중간보고서’를 특검별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각 특검의 수사 성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수사방향 등을 심층 분석하고 전망한다. 더불어 3대 특검 안팎에서 그동안 벌어진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특검(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은 출범과 동시에 매서운 칼을 휘둘렀다. 3대 특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상규명을 해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9월 들어 소강상태다. 외환죄 수사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못 냈다. 출범 100일을 넘긴 내란특검 수사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톺아봤다.
#수사 첫날 김용현 추가 기소 성과
내란특검은 지난 6월 18일 수사를 개시했다. 6월 12일 조은석 특검이 내란특검으로 임명된 지 엿새 만이었다. 3대 특검 중 가장 빠른 수사 개시였다. 내란특검은 특검보를 임명하기도 전 수사를 개시했다.

내란특검의 추가 기소는 김 전 장관이 구속 만기로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2024년 12월 27일 구속기소됐다. 6월 26일 1심 구속 기한(6개월)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김 전 장관은 내란특검의 추가 기소는 별건 기소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김 전 장관의 이의 신청을 6월 25일 각하했다.

내란특검은 내란·외환 의혹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에서도 강한 추진력을 드러냈다. 7월 6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경호처에 비화폰 서버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법원은 7월 10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대통령은 3월 8일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지 넉 달 만에 다시 구속됐다. 내란특검 수사 개시 22일 만의 성과였다.

하지만 내란특검의 속전속결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법원이 지난 8월 27일 내란특검이 청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다. 법원은 한 전 총리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최초 계엄 선포문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에 서명한 의혹 등을 적용했다.

외환죄와 관련한 수사 성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월 20일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지난해 10월~11월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내란특검은 외환죄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 7월 3일 브리핑에서 “외환 관련 보도는 사실 여부를 불문하고 국가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오보 대응이나 사실 확인을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자체로 논란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국민의힘 의원들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조사에 불응했다. 한 전 대표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책과 다큐멘터리 증언 등으로 말했다”며 “특검의 보수분열 시도를 막고 보수를 지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검법 개정안 ‘플리바게닝’ 돌파구 될까
12·3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기 위해선 핵심 역할을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의 입을 여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등은 특검 조사에서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거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 9월 18일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냈다. 이에 따라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1심 재판은 일시 중단됐다. 김 전 장관은 내란특검의 지난 9월 22일 방문 조사에서도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범행을 자수하거나 신고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이 내란특검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8월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내란 및 외환 관련 범죄 성격상 내부자 진술이 진상규명에 필수적”이라며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특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9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특검법 개정안엔 수사 대상자가 자수나 진상규명에 도움 되는 증언, 제보 등을 했을 때 형을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한 1심 판결에도 관심이 모인다.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 1심은 오는 11월 17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지정됐다. 이르면 올해 12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과 3대 특검 기소 사건을 통틀어 처음으로 나오는 1심 판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 전 사령관 측은 “졸속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지난 9월 22일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 1심 재판의 신속한 진행엔 내란특검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 9월 23일 열린 기일엔 12·3 비상계엄 당일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출동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소령 4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내란특검은 소령들이 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 ‘진정 성립’(진술자가 자신이 말한 대로 진술서가 작성됐다고 밝히는 것)만 하고, 별다른 신문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증인 신문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날 소령 4명 증인신문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박성재 '지하주차장 출입 조력자' 색출 해프닝
내란특검 사무실은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차려졌다. 내란특검은 피의자와 참고인 등을 소환 조사할 때 서울고검 1층 현관을 통한 출입을 원칙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고검 1층 현관 앞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자들의 열띤 취재 장소가 됐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 취재다.
내란특검 앞 뻗치기는 3대 특검 중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서울고검 1층에 법조기자단 기자실이 위치한 덕분이다. 서울고검 1층 현관 앞은 지붕이 넓어 한여름 햇빛은 물론 우천 시 비를 피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내란특검 수사 출석과 관련한 ‘단독’ 기사가 유독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서울고검 1층 현관은 내란특검 관계자들도 드나드는 곳이다. 수사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와 수사 보안을 공식적(?)으로 지키는 내란특검 관계자 사이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내란특검 관계자는 서울고검 1층 현관 앞 계단에 앉아 있는 한 기자를 마주치더니 “특검 끝나면 언제 한번 식사해요”라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지난 9월 24일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특검 사무실 출석 과정을 두고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 전 장관은 이례적으로 서울고검 1층 현관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통해 서울고검에 들어왔다. 박 전 장관의 지하주차장 진입 과정에 누가 협조했는지를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기자들 사이에선 검사 출신인 박 전 장관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내란특검 측은 이를 부인하면서 서울고검에 경위 파악을 요청했다. 알고 보니 범인(?)은 기자였다. 지하주차장에서 뻗치기 중이었던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가 지하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출입문을 연 것이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