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간 단축, 비용절감 등 장점 분명하지만 법·기술적 한계로 아직은 걸음마 수준

정부는 모듈러 주택 활성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총 13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정부는 빠른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써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카드를 꺼냈다.
모듈러 공법이란 벽, 바닥, 천장 등으로 구성된 3차원 실내 공간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건설 현장으로 옮겨서 조립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체 작업의 약 50~80%가 공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철근콘크리트(RC) 방식 대비 공기를 30~50%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모듈러 건축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과 북미는 전체 건축 시장의 약 20~25%를 모듈러 방식이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연간 신축 주택 물량의 15%가량(12만~15만 호)이 모듈러 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는 전체 공동주택 중 모듈러 방식이 90% 이상에 달한다.
정부는 민간이 지은 모듈러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시공 가이드라인과 매입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공사비 부담 완화, 불합리한 규제 개선, 인센티브 강화 등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OSC(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 건설)·모듈러특별법(가칭)도 제정할 예정이다.
모듈러 주택 도입시 현장에서는 조립 작업만 수행함에 따라 낙하물 사고, 추락사고, 장비 끼임 사고 등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아주대학교 스마트건설기술 연구실이 2023년 모듈러 제작 5개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재해율을 분석한 결과, 기존 건축공법 대비 사망사고율은 100%, 산업재해율은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현장 기후에 따라 콘크리트 양생 불량, 철근 결합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RC 공법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안형준 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은 “모듈러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공장에서 일관되게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이 보장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공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모듈러 공법은 기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부실공사 가능성이 줄어들고, 공기가 단축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아파트 건축공사 사례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듈러 공법 활용 시 △설계 △사전 제작 투입인력 △운송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존 방식 대비 적게는 1%, 많게는 10%까지 비용이 늘어난다. 다만 사전 현장 준비작업 간소화, 현장 투입인력 감소, 설계변경 감소로 인해 각각 2~5%, 10~25%, 5~8%의 비용 감소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듈러 건축 시장이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19년 370억 원, 2022년 1757억 원에서 2023년 8000억 원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대한건설협회가 밝힌 2023년 전체 건설수주액은 약 190조 원으로 모듈러 시장점유율은 0.4% 수준에 불과하다.
대량생산에 따른 단가 절감 효과를 당장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은 구조 안전성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지만, 재건축조합 등 발주자 입장에서는 낯선 게 현실”이라며 “우선 지하주차장 등 일부 시설에 PC(Precast Concrete,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공법을 도입해보는 추세인데, PC·모듈러 공법을 포함한 OSC 공법이 대중화가 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모듈러 기술자가 별도로 필요하고 생산 설비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운반 문제도 동반되기 때문에 정부 인센티브가 있다고 해도 경제성을 매번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법·기술적 한계로 현 시점에서 모듈러 공법을 통해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없는데,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안 나올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30층 이상, 최대 56층까지 모듈러 주택이 건설된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은 2023년 7월 경기 용인시에서 완공된 13층짜리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이다.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갖춰야 하는 등의 이유로 그동안 13층 이상인 모듈러 건물이 나오지 못했다. 2027년 7월에는 경기 의왕초평 A-4블록에 22층 모듈러 주택이 완공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1980년대 중후반에도 우리나라에서 PC 공법이 유행했지만, 누수 및 균열 문제 등의 이유로 실패했던 선례가 있었다”며 “디자인을 비롯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표준화가 돼야 하는데, 건설사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모듈러 공법 기술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건설사 간 품질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금 당장 모듈러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