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도 없었는데 돌연 반대, 이사회 진입 위한 정지작업 분석…금호석유 “자사주 활용 정해진 바 없어”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자체로는 의결권이 없지만 오너일가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넘기면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사주가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주주인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어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다른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앞다퉈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회피할 수 있어서다.
금호석유화학도 자사주 비중이 높아 EB 발행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상반기 기준 회사 측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383만 8834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4.51%에 달한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30%도 채 되지 않아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구조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금호석유화학이 EB 발행 여부를 공식화한 적이 없는 가운데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에 나선 점이다. 일각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의 행보를 두고 경영권 분쟁 전 명분을 챙기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보유 중인 자사주 가운데 절반을 소각하기로 했다. 다만 당시 계획에서 나머지 자사주 지분 처분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 전체 발행주식의 7%가량의 자사주가 박찬구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자사주 소각 약속을 받아내면 이를 막아낼 수 있다.
그동안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 일가와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회사 장악력이 박찬구 회장에 미치지 못한 것이 컸다. 박철완 전 상무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9.82%(보통주 기준) 수준으로 개인 최대주주 신분이지만, 박찬구 회장(7.71%)과 그의 장남 박준경 사장(8.25%), 장녀 박주형 부사장(1.2%) 등의 지분을 더하면 5%포인트 차로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는 11%의 지분을 확보한 국민연금이다. 51.07%가 소액주주 몫이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이들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면 5%포인트 격차의 지분율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은 매력적인 카드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율 상승보다, 우호세력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
박철완 전 상무는 “아직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등을 적극 활용해 소수주주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세 가지 정책 모두 경영권을 확보한 지배주주의 과도한 경영권 행사를 방지하는 장치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주총에서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안건으로 올라온 이사 선임 후보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아 자유롭게 집중투표를 할 수 있다. 10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오르면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생기는데 해당 의결권을 1명의 이사에게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다.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박철완 전 상무가 이사회 진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도 상법 개정안을 통해 확대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다른 이사와 분리해서 선출하는 제도로 이때는 최대주주 측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1명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해야 했으나, 상법 개정안을 통해 2명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 역시 소액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여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소액주주의 입김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활용해 EB를 발행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자사주를 활용한 EB의 경우 주주들의 지지가 없으면 발행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KCC는 EB 발행 추진 도중 주주 등의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자 발행을 취소했다. 앞서 태광산업도 EB 발행을 추진했으나 같은 이유로 현재는 중단된 상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은 2018년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2년간 취업이 제한됐는데,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돼 2년간 약 220억 원을 수취했다. 법정 공방 끝에 해당 규정이 단속 규정이라 박찬구 회장이 보수를 반납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효력 규정의 경우 행위가 무효가 되지만 단속 규정은 행정 상 제재에 그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보유 자사주 50%에 대한 처분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나머지 50%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