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CPO 측 모욕·명예훼손 이유 비공개 처리 요청…네티즌은 풍자형 AI 콘텐츠 옹호 목소리 커

변호사는 "해당 문서의 피해자(홍 CPO) 관련 서술에는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으며, 문서 작성자가 서술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외부 사이트 내 게시물 캡처가 전부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 및 그 외의 서술이 진실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나아가 이 문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보다는 홍민택 개인에 대한 비방을 통해 인격적 가치를 깎아내리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려는 목적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홍 CPO 측이 문제 삼은 '허위사실'은 카카오톡 대개편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던 "사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자신의 기획을 강행했다", "카카오톡 개편 관련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다.
해당 문서와 함께 카카오톡 대개편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은 각종 노래를 가리키는 '카톡팝' 역시 민형사상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변호사는 "해당 콘텐츠는 홍민택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홍민택의 얼굴 사진을 AI를 통해 변형·조작한 후, 제삼자의 저작물(만화영화)과 무단합성했을 뿐 아니라 홍민택을 비하하는 자막 및 가사를 함께 기재함으로써 홍민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제삼자의 저작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 먼저 게시된 원본 영상 역시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령 및 유튜브 서비스 약관에 따라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CPO 측은 문제의 문서와 '카톡팝'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형법상 모욕, 민법상 초상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나무위키는 참여형 백과 형태의 웹사이트인 만큼 불특정 다수가 항목을 만들어 직접 서술에 참여할 수 있고, 별도의 내용 검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서의 정확도나 신빙성, 전문성 등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홍 CPO 측이 역시 객관적인 '팩트 체크'가 이뤄지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게시물을 작성해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카톡팝' 역시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 목적 자체가 카카오톡 대개편에 불만을 가진 대중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현 사태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욕적 표현이나 허위 사실이 콘텐츠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곡 전체를 검열해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를 요구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 2~3년 사이 온라인상에서는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한 '공적인물의 공적 이슈 풍자곡'이 하나의 '밈 문화'로 여겨지며 10대부터 30대까지 주로 남성 이용자 사이에서 유행해 왔다. 과거에는 국내외 정치인들이 대상이었지만 기업인이나 특정 업계의 유명인으로도 영역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제작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밈 문화를 소비하는 MZ세대 네티즌들은 풍자 대상을 "악기화(化)됐다"는 표현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런 인터넷 밈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검열이 들어올수록 대중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카톡팝'의 시초로 알려진 한 풍자곡이 홍 CPO 측이 제기한 초상권 문제 등 권리침해 신청에 따라 삭제된 뒤 다른 유튜버들의 계정을 통해 수차례 백업되는가 하면, 또 다른 카톡팝 곡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는 검열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조회 수가 두 배 가까이 뛰면서 10월 13일 기준으로 52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런 거 있는지도 몰랐는데 본인이 삭제하고 다닌다 해서 찾아보러 왔다"는 네티즌이 나오는 등 검열 이슈 이후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홍 CPO 측은 나무위키 문서 작성자와 '카톡팝' 제작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법적 조치에 착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카카오톡 개편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기에 나무위키 서술이나 밈 콘텐츠가 단순히 어떤 특정인에 대한 모욕이나 조롱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실상 전 국민적 관심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제작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슈 자체보다 특정 개인을 풍자의 초점으로 삼아 동의 없이 초상을 사용하고, 이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 점까지 확인된다면 이는 모욕과 명예훼손과는 별개로 민사소송에서의 법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