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양평군청에서 열린 영결식과 기자회견, 고인의 억울함을 기리고 제2의 비극을 막기 위한 군과 노조 한목소리

그는 또한 “진실을 밝히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비극을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 직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고(故) 정희철 단월면장은 1968년 양평군 청운면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1992년 11월 20일 청운면에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30여 년간 지역 발전과 군민을 위한 행정에 헌신해온 그는 2013년 지방행정주사로 승진한 뒤 단월면 산업팀장, 서종면 부면장, 군청 행정담당관 자치공동체팀장, 기획예산담당관 기획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23년 6월 17일 지방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환경사업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7월 1일부터 단월면장으로 재직해왔다. 그는 국가보훈대상자 복지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2018년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인 공직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2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뒤,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충격을 안겼다. 이후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여주·양평)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내용의 메모가 고인의 손글씨로 남겨져 있었다”며, 해당 메모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이어 오후 4시, 양평군청 별관 대회의실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진선 군수와 부군수, 국장단, 노조 관계자,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평군의 공식 입장과 공무원노조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전 군수는 기자회견문에서 “특검 조사로 인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던 고인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남겨진 공직자들이 부당한 압박 없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고문변호사 지원, 심리상담 체계, 인권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양평은 팔당 상수원 규제, 용문산 사격장, 고속도로 중단 등 수십 년간 국가정책의 희생을 감내해온 곳”이라며 “이제는 지역과 공직자의 명예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표된 양평군공무원노조(지부장 김종배)의 입장문은 현장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노조는 “30년 넘게 청렴하게 봉직해온 동료의 죽음은 공직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며, 이번 사태를 “특검조사의 강압적 방식이 초래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익을 명분으로 한 강압적 조사와 심리적 압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강압 조사 의혹의 철저한 규명과 조사대상 공직자 보호체계 강화, 심리 지원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일부에서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비윤리적 행위”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마지막으로 “공직자의 생명과 인권은 어떤 명분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며, “이번 비극이 헛되지 않도록 정의롭고 인간다운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고통은 멈춰야 한다”
고 정희철 면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뼈아픈 경종으로 남았다.
양평군은 이날의 약속을 통해 “공직자의 명예와 인권을 지키는 제도적 전환점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양평군공무원노조는 “다시는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모두의 가슴에 남은 슬픔은 깊었지만, 그 슬픔은 변화의 의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의 다짐이 단지 애도의 말로 끝나지 않고, 공직사회가 인간다운 존엄 위에 다시 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양평의 가을 하늘 아래 모든 이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