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조직과 현지 경찰 유착으로 공조 수사 등 한계…“태국·필리핀에서처럼 운용하면 범죄 대응 쉽지 않아”

A 씨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에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언론들은 캄보디아 범죄와 관련된 보도를 이어갔고, 전국적으로 “캄보디아로 간 가족이 실종됐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정부와 경찰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한국인 상대 범죄에 맞서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하고 초국경 범죄 대응 합동작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10월 13일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가 발족된 다음 날인 10월 14일 정부는 외교부·경찰청·법무부가 참여하는 합동대응팀을 파견했다.
합동대응팀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감금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마네트 총리는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용의자들이 체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 공관에 접수된 납치·감금 피해 관련 신고는 △2022년 1건 △2023년 17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에도 8월까지 330건이 접수됐다. 지난 수년간 피해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범죄인 수는 △2021년 18명 △2022년 26명 △2023년 22명 △2024년 48명, 올해 1~8월 33명이다.
정부 부처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해와 올해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경찰주재관 추가 배치를 요청했으나 윤석열 정부 행정안전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와 관련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총 3명이다. 당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2024년 10월과 지난 9월에 직무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했다.
경찰협력관의 지난 1∼8월 활동 현황을 보면 검거지원 110명, 송환지원 70명, 국제공조 자료 수집 및 사실확인 100건, 잠복·추적 등 3건 등이다. 이를 지난 9월에 협력관이 추가되기 전까지 협력관 1명이 모두 맡았다. 경찰주재관은 대한민국 경찰이라 해외에서 수사나 검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찰협력관에 업무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능통한 한 경찰 관계자 B 씨는 “캄보디아 범죄 수준을 살펴보면 혼자서 이렇게 대응한 것은 과도한 업무량”이라며 “단순히 개인 범죄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조직을 상대하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지난 9월 협력관 1명을 추가 투입한 것이다.
경찰은 현지 파견 경찰관을 3명에서 8명으로 늘린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납치·감금이 빈발하는 시아누크빌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경찰관 2명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을 전담할 계획이다. 대사관에는 경찰주재관 1명, 협력관 2명 추가 투입과 함께 국제 공조수사 인력 30명 등을 보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어 “캄보디아 현지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외국인 범죄 조직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태자단지처럼 아파트 단지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응 자체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태국·라오스·베트남과 국경이 맞붙어 있고 범죄자들의 도피도 매우 쉽다. 정부와 경찰 말단부터 고위직까지 뇌물을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어 협조 자체도 시늉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상황에 맞는 대책 나오지 않으면 코리안 데스크가 생기더라도 아무것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필리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과 캄보디아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며 “필리핀은 한인 간의 분쟁이나 한국인 범죄 조직이 벌이는 범죄가 많아 오히려 코리안 데스크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의 경우 두테르테 정부같이 범죄에 강력 대응하는 기조도 있어 공조 요청도 잘 들어주는 편이었음에도 필리핀 경찰에 뇌물을 주고 수사망을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캄보디아는 범죄 조직이 경찰뿐 아니라 고위 관리직에게도 일명 ‘보호비’를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 기존 코리안 데스크 기능만으로는 범죄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