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때리다 형과 말다툼 벌인 뒤 가족 모두 살해…재판부 어떤 판단 내릴지 주목

경찰이 도착해 집 안을 살펴보니 남편과 큰 아들은 방 안, 부인은 부엌에 사망해 있었다. 이미 시신들은 사후 강직이 진행된 상태였으며 현장에는 혈흔과 함께 범행 흉기가 남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들 부부의 둘째 아들 A 씨(36)였다. A 씨가 부모와 형 등 일가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긴급 체포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형과 불화를 겪어서 그랬다”며 “형이 잔소리를 해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하며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A 씨는 7월 13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 사건의 실체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직업이 프리랜서 웹 프로그래머인 A 씨는 수입이 끊기면서 6월부터 김포시 하성면의 단독주택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7월 10일 오전 A 씨의 어머니는 눈물까지 흘리며 수입 없이 집에서 지내는 A 씨를 걱정했다. 그러자 A 씨는 ‘쉬고 있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생각에 화가 나서 맨손으로 벽을 치고 어머니 머리까지 때렸다.
벽을 치면서 손을 다친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원에 동행한 A 씨의 형이 치료를 받는 A 씨에게 “다시 그러면 죽여버리겠다”고 다그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A 씨는 말다툼을 벌인 뒤 바로 귀가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정신병’ ‘살인’ 등의 검색어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귀가한 A 씨는 자신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형의 뒤로 다가가 흉기로 살해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70대 아버지까지 흉기로 살해했다. 이렇게 A 씨는 10일 오전 11시쯤 형과 아버지를 살해했다. 당시 60대인 어머니는 외출 중이었는데 2시간 뒤인 오후 1시쯤에 귀가했다. A 씨는 귀가한 어머니까지 흉기로 살해했다. 이런 까닭에 형과 아버지 시신은 방에서, 어머니 시신만 부엌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형과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살해하기까지는 2시간여의 시간 차이가 있다. 판사는 이처럼 시간차가 꽤 있었는데 어머니까지 살해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A 씨는 “갑자기 어머니만 혼자 계시면 너무 힘들어하실 것 같아 이 가족이 다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울분은 없었다”고 답했다.
자신을 폭력적으로 대한 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살인을 저질렀고, 아버지는 이를 목격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홀로 남으면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아 살해했다는 논리다.
10월 15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여현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오랜 시간 사회생활과 대외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피폐화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며 “오랜 시간 홀로 컴퓨터 영상 등을 탐닉하다 보니 치료를 받은 적은 없으나 정신적 질환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후회하고 있고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밝혔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부모 형제를 모두 찌른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형 구형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A 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10년 동안 부착하도록 해달라고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11월 26일에 열릴 예정이다. 검찰 구형처럼 사형이 선고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대한민국은 사형 집행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무기징역형과 사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무기징역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동거녀 흉기 살해 60대 남성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가석방 가능성이 있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형 선고가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인데 대법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2023년 7월 대법원은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다른 수용자를 살해한 20대 무기수 B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며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원심이 사형 선고의 근거로 든 내용(사형 선고가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