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순화동→강남 테헤란로로 옮겨 2년간 영업 정황…“은닉 자금 남아 있을 가능성 커 활동 재개 우려”

킹스맨 부동산 그룹의 아시아 지사 담당 노아 이사는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홈페이지에 “프놈펜에 본사를 둔 자산 규모 6조 원의 대기업으로, 프린스그룹의 사세 확장에 따라 부동산 개발 부문을 분리한 조직”이라고 해당 회사를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의 킹스맨 부동산 그룹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레지던스·콘도 등을 외국인 투자상품으로 홍보하며 ‘외국인에게 100% 영구 토지 소유권 보장’, ‘전문 금융 지원 제공’ 등을 내세웠다.
'일요신문i'는 강남에 위치한 킹스맨 부동산 그룹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줄곧 사무실 불은 꺼져 있었으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무실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책상과 의자 등 사무용 가구가 남아 있었으며, 문틈 아래로 ‘9월 관리비 청구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인근 사무실 관계자는 “평소에도 직원 한두 명만 드나들었는데, 추석 연휴 이후에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킹스맨 부동산 그룹은 지난 2월 해당 건물에 입주해 2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까지 임대료는 모두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법인명 ‘유한회사 프린스 리얼에스테이트 그룹 코리아’는 이미 폐업 처리된 상태로 파악된다. 해당 사무실 임대인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 조회해 보니 한두 달 전부터 폐업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프린스그룹이 서울 도심에서 활동한 정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은 2023년 10월부터 1년 동안 중구 순화동의 한 빌딩 17층에서 공유오피스 업체와 단기 계약을 맺고 사무실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 갱신을 앞두고 프린스그룹이 돌연 잠적했고, 2024년 11월 공유오피스 운영사에서 계약 말소를 신청하면서 퇴실이 이뤄졌다.
이후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은 ‘킹스맨 부동산 그룹’이라는 상호로 이름을 바꾸고 중구 순화동에서 강남으로 사무실을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그해 5월 킹스맨 부동산 그룹은 국내에서 쇼룸을 열었고, 8월에는 서울에서 갤러리 행사까지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인 활동도 꾸준히 이어졌다. 2024년 12월 킹스맨 부동산 그룹 홈페이지에는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게시돼 있었으며, 월급은 3000달러(약 425만 원)로 제시됐다. 올해 4월 국내 구인 플랫폼 ‘잡코리아’에도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 명의의 채용 공고가 등록돼 있었다. 현재는 모든 구인 공고가 삭제됐으며, 유튜브를 제외한 킹스맨 부동산 그룹 홈페이지와 SNS 계정이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프린스그룹 계열사들은 주로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관련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프린스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자산 몰수 소장에는 계열사인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의 자금 912억 원이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계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 발표에 따라 이미 프린스그룹의 자산을 동결한 상태다.
현재까지 파악된 국내 금융사의 현지법인 5곳과 프린스그룹의 금융 거래 건수는 52건, 금액은 1970억 4500만 원에 달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도 자금세탁 등 불법 자금 유통 여부를 들여다보며 정부 차원의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잠적한 프린스그룹이 향후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조직이 사무실을 옮기는 것은 흔적을 지우고 재가동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최근 드러난 자금 외에도 은닉된 자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불법적으로 유용할 여지도 있어 상황이 잠잠해지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캄보디아 범죄조직들이 최근 베트남·태국 등 인접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며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특정 국가 단위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어 동남아 전역에서 초국경 범죄 형태로 새로운 조직이 생겨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프린스그룹의 국내 활동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로,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