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마약공장·돈세탁까지 “시아누크빌은 빙산 일각”…태국 가는 탈북루트, 도중에 납치돼 강제노역

에메랄드 삼각지대엔 한국인이나 중국인, 일본인뿐 아니라, 탈북민도 각종 범죄 관련 강제 노역에 동원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마약 공장과 범죄 수익 돈세탁 거점 등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러나 에메랄드 삼각지대 접근 난이도가 높은 탓에 아직까지 명확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에메랄드 삼각지대는 ‘군인 경호를 받아도 위험한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안 상태가 열악하다고 한다. 범죄단체가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며 수사망을 피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건까지 갖춰져 있어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은 일부 범죄를 취급하는 소규모 범죄단지라면, 에메랄드 삼각지대는 범죄 백화점 수준으로 강력범죄부터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까지 다양한 범죄가 행해지는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북한산 마약 공장이 이곳에 위치했다는 첩보도 있지만,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에메랄드 범죄단지에서도 한국인과 일본인 등이 본국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기 행각에 동원되고 있다”면서 “마약 생산 및 유통, 돈세탁 같은 중범죄와 이에 따른 강제 노역이 행해지는 것도 기정사실로 통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 해커 조직과 자금 마련책 등의 거점으로 지목되는 곳도 에메랄드 삼각지대”라고 귀띔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탈북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탈북 루트엔 동남아가 포함돼 있다. 이를 이용할 경우 종착지는 태국이다. 탈북민들은 중국을 통해 태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중국에서 태국을 육로로 이동하려면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선택지가 있다. 동남아와 인접한 중국 도시인 쿤밍시를 기준으로 국경을 넘는다고 가정하면 베트남과 라오스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선 탈북자 색출 및 체포가 횡행해 탈북 거점으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난민 보호 기구가 상주하고 있는 태국이 탈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최적의 포인트로 주목받는 이유다. 탈북 루트는 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라오스 루트’는 2013년 탈북 청소년 9명 북한 송환 사건 이후 사실상 걸쇠가 채워진 상황이다. 태국으로 이동하려면 라오스 북부 국경에서 강을 건너야 한다. 최근 라오스 북부 국경서 라오스와 태국 당국의 밀입국 단속이 심해지고 있다. 탈북민들의 라오스 루트는 점점 남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루트가 남쪽으로 밀려날수록 에메랄드 삼각지대와 가까워진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루트는 태국 국경 진입 이후 방콕과 최단거리라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국경을 두 차례나 건너야 한다. 캄보디아에서 태국을 건널 때 에메랄드 삼각지대를 지나쳐야 한다.
탈북민 입장에서 '북한-동남아 제3국-태국'으로 이어지는 탈북 루트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기존 탈북 루트 밀입국 단속이 강화함에 따라, 동남아 제3국을 통과하는 과정서 에메랄드 삼각지대를 마주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3국 국경이 맞닿은 삼각지대에 탈북민들이 납치돼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 벌써 7~8년 전”이라면서 “납치된 탈북민 규모가 40~60명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늘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탈북민들이 탈북 과정서 길을 잘못 들어 삼각지대로 흘러들어갔다가 납치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휴전 회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지뢰 폭발이나 캄보디아 시위대와 태국 보안군의 충돌 등이 지속 발생하며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에메랄드 삼각지대가 인도차이나 반도 화약고로 부각되는 사이, 범죄단지 추진 동력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단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 전개되고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이슈가 된 시아누크빌 범죄단지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범죄단지 중심부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비롯한 나라들의 국경에 밀집해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국가는 중국과 태국 사이에 위치한 나라들로, 중국계 범죄 집단이 중국 국경과 거리가 먼 태국 쪽 국경에서 활동을 전개하면서 범죄단지의 폐쇄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 주요 탈북 루트는 과거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인들이 외국으로 도피하는 루트로도 활용되며 ‘톈안먼 루트’라고 불린 바 있다”면서 “‘톈안먼 루트’ 거점들이 사실상 중국 범죄 조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