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태국·필리핀으로 숨을 가능성 커…“미리 동남아 수사당국과 교류 강화해야”
온라인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을 위한 조직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나자 수사당국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관들이 ‘팁’을 받고 정보를 범죄 조직과 공유하는 부패도 있지만, 캄보디아 내 치안에 대한 장악도는 높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면 발 빠른 검거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옮겨 다니는 범죄 조직의 흐름’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중국 내 존재했던 집단들이 단속이 심해지자 캄보디아와 베트남, 태국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처럼 ‘섬’이 많은 나라들은 치안이 온전치 못한 곳들도 많아 검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패했지만, 정보 파악 능력은 탁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에 온라인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을 하는 대규모 사기 단지가 53곳 있지만,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경찰 개입 이후에도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정부 단속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이는 경찰관들의 광범위한 부패와 연관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국민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경찰관에게 뇌물을 준 적이 있다고 답한 이가 23%에 달할 정도다.
38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한 훈 센 전 총리의 측근이나 친인척이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범죄 조직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태자 단지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의 중국계 천즈 회장은 훈 센 전 총리 고문 출신이고, 캄보디아 금융서비스 대기업 후이원 그룹의 여러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된 훈 토는 훈 마네트 현 총리와 사촌 사이다.
올해 캄보디아 경찰이 현지에서 최대 범죄 구역으로 꼽힌 태자 단지 내부를 급습했을 때도 이미 대부분 피의자들은 도주했고, 최근 국회의원들이 캄보디아 현지를 찾았을 때도 대부분 건물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정부 차원 협조는 적극적
다만 그동안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한국 측 요청에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캄보디아 이민국에 구금된 64명의 한국인 송환 과정에서도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고, 덕분에 목표로 했던 ‘1개월 이내 송환’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은 테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하고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코리아 데스크(한인 전담 경찰관) 설치는 불발됐지만, 대신 협력관 자격으로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 경감급 인력을 파견키로 했다. 현지 경찰 등 수사당국과 빠른 정보 공유를 통해 신병 확보 등 초기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태국, 필리핀으로 옮겨 숨으면 올라가는 난도
문제는 캄보디아와 협력이 본격화되면, 범죄 조직들이 제3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중국 내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검거에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 등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
특히 동남아 일대에서 ‘위조 여권’으로 생활할 수 있는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같은 곳들은 범죄 피의자들이 대거 몰리기도 하는 곳인데, 이들 중 태국이나 필리핀처럼 ‘섬’이 많은 곳들로 숨어들 경우 검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검찰 국제협력단장을 역임한 한 법조인은 “중국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밀입국을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범죄집단들이 대거 동남아로 빠져나갔다. 과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에서 수개월 도피생활했던 것처럼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태국과 필리핀”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가 해외 도피범들로부터 ‘낙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접근성과 물가, 약한 치안을 꼽는다. 또 동남아에서는 위조 여권을 만들기가 쉬워 입국이 수월하다. 돈만 있으면 현지 경찰 출신들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필리핀의 경우 섬이 7000여 개에 달하는데 경찰력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곳이 많아 마음먹고 숨을 경우 검거하기가 요원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 도피 사건은 캄보디아보다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에 더 많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해외 도피 사건은 94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도피처로 중국(365건)이 가장 많았고, 필리핀(201건), 태국(75건), 베트남(59건) 순이었다.
앞의 법조인은 “캄보디아는 외교적 차원의 요청만 하면 검거를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국가”라며 “범죄 집단이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넘어갔듯, 태국이나 필리핀으로 또 옮겨갈 것이기에 이를 대비해 미리 동남아 수사당국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