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거래소 거래액 1년 만에 1400배 증가…현지서 화폐처럼 쓸 수 있는 코인으로 자금 추적 피해

후이원개런티를 운영하는 후이원그룹은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양국 금융 기관과 거래가 금지된 곳이다.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선 온라인 금융 사기 조직을 위한 결제망 ‘후이원개런티’와 ‘후이원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신원확인(KYC)을 하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 ‘후이원크립토’를 통해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동남아 사기 조직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하는 곳으로도 악명 높다.
거래소별로 보면 빗썸이 2023년 922만 원에서 2024년 124억 원, 업비트는 2023년 0원에서 2024년 3억 6691만 원, 코인원은 2023년 2500원에서 2024년 120만 원으로, 코빗은 2023년 0원에서 2024년 1187만 원으로 거래액이 늘었다. 고팍스는 거래 내역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의 일부 범죄조직은 자금세탁이 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 정보를 주고받으며 거래소를 옮겨 다닌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지난 25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캄보디아 조직들의 돈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범죄 수익금의 상당수가 코인으로 세탁됐기 때문”이라며 “한국계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돈세탁이 가능한 거래소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업비트와 빗썸을 통하면 문제없이 돈을 넣고 뺄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아 자금이 그쪽에 몰렸었다. 그러다 몇 개월 전부터 업비트와 빗썸이 막혔다”며 “그 다음엔 코인원에서 당일 인출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나서 한동안 코인원으로 자금이 이동하기도 했다”고 했다.
실제로 업비트는 지난 3월부터, 빗썸은 미국이 후이원그룹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지난 5월부터 후이원개런티와의 입출금 거래를 제한한 바 있다. 코인원 역시 후이원개런티와의 거래를 차단한 상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코인 거래소뿐만 아니라 전북은행처럼 캄보디아 현지 법인을 가지고 있는 은행에 대한 정보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며 “코인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 계좌의 경우 세탁 작업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의 말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검은돈이 세탁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특정 은행 계좌를 하나 만들고 여기에 앞장에서 받아온 범죄 수익금을 옮긴다. 이후 해당 은행과 연동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사는 것이다. 구매한 테더는 반드시 해외에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코인 그대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들이 유달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암호화폐 특성상 자금 추적이 어려운 데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테더를 사실상 비공식 달러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은행을 거치면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기존의 해외송금과 달리 10분이면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제 거래가 막힐지 모르는 범죄 조직에겐 큰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금세탁방지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지열 한양대학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일대일로 연동되어 있어서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며 “‘가치의 안정성’ ‘송금의 편의성’ 그리고 ‘익명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이 결합되다 보니, 자금세탁이나 불법자금 은닉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빗썸과 후이원그룹을 오간 코인의 99.9%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구멍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전송하거나 해외 출금이 잦을 시 이상 거래를 감지하고 이를 제한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지열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운영의 실효성이다. 거래소는 기술적 장비뿐 아니라 인력의 전문성, 내부통제 체계와 보고 책임자의 감독 기능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관련 입법을 통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 자리에서 “현재 자율로 돼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제대로 제도권에 편입시켜야 한다”며 “이 부분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반드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는 자금세탁 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외교부랑 협의해 신속히 적용하고, 사기·도박·마약 자금에 대한 선제적 계좌 정지 제도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