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업적 남기려는 것” 지적부터 “20년 추진 착공도 못해” 분통까지…세계유산영향평가 변수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개발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11월 13일 세운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여기는 생활 터전이라 장사가 되는 사람들은 반대하고, 오랫동안 장사가 어려웠던 이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연령대별로 다른데 나이 든 분들은 철거 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하고, 젊은 상인들은 남기를 원한다”며 “의견이 엇갈리지만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2구역에서 만난 한 70대 상인은 “저도 4구역 재개발로 쫓겨나 이쪽으로 옮겨왔다. 나이 들어 여기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없는 자본으로 터 닦아 장사하던 사람들을 돈 몇 푼 주고 내보내더니, 자기들은 이익을 보기 위해 마천루를 짓겠다고 한다. 수익이 나면 결국 지금 있는 곳도 허물게 될 테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환경을 이유로 재개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상인은 “여기는 너무 낙후돼서 재개발을 해야 한다고 본다. 화재가 났다 하면 이 지역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알겠지만 화재 나면 바로 위험해질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주변 구역은 이미 공사가 진행된 곳도 있고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게 비현실적이라 전체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마천루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이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2구역에서 만난 다른 상인은 “낙후 지역을 개선한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선진국이라면 문화적 가치 때문에 높이 제한을 맞추는 것도 세계 표준을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며 “결국 높이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가져갈 이익이 달라지는 구조라 이권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자재 유통업 종사자라고 밝힌 한 상인은 “건축비 단가가 오른 건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높은 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세훈 시장이 문화재 가치를 훼손해서라도 개발 업적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4구역뿐만 아니라 세운상가를 가운데 끼고 나란히 종묘와 인접한 2구역도 해당 논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재개발 이후 발생하는 수익으로 상가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인 만큼, 4구역이 고도 제한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조건이 동일한 2구역 역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4구역 개발이 막히면 세운상가 전체 보상·철거 계획도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석탑 세운상인연합회장은 “4구역 입장에서는 임대료 손실을 감안한 채 점포를 다 내보내고 철거했는데 3년 넘게 삽도 못 뜨고 기다리고 있다. 수익성이 안 나오면 인접 구역까지 무너질 위기”라며 “체감상 상인들도 50~60% 이상은 재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 임기도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지 보장이 없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종묘 인접 규제 논란, 서울시·국가유산청 충돌
이 지역은 1967년 세운상가와 현대상가 건립을 시작으로 청계·대림·삼풍·신성·진양상가 등이 1972년까지 잇따라 들어서며 전기·전자 중심 도심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그러나 강남 개발로 주거 수요와 상권이 이동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고 이에 1979년 정비 계획이 처음 마련됐음에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와의 인접성이 걸림돌로 작용해 사업은 지금까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재 일대는 차량 접근이 어려워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하고, 열악한 환경을 피해 업체와 세입자가 빠져나가면서 공실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10월 30일 세운4구역의 높이 제한을 최고 71.9m에서 141.9m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개발 계획을 고시했다. 세운4구역을 고밀 개발해 재개발 조합의 이익을 1조 5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종묘 앞 세운상가 철거와 공원 조성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위험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23년 10월 해당 조례를 삭제했고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협의없는 조례 개정에 반발했으나 지난 11월 6일 대법원이 조례 개정 절차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월 7일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은 조례 개정 절차가 적법했다는 것이지 개발 계획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종묘 일대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지난 4월 종묘 주변 100m 밖에서 고층 건물을 포함한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서울시에 대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개발 사업에 대해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공식 절차다. 국가유산청 또한 지난 11월 13일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했다. 세계유산법에 따라 세계유산지구 지정 이후에는 해당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 국가유산청장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법에 근거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 교수는 “도시 경관은 관광 매력을 결정짓는 중대 요소이며 초고층 마천루는 관광 측면에서는 경관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 외국인들이 현대적인 도시 안에서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관광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데, 서울시도 ‘3·3·7·7(외래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 300만 원, 체류일 7일, 재방문율 70%)’ 비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다만 서울시 결정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체계에서 직접적 제재 수단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고, 법을 개정하더라도 인허가가 먼저 나면 소급 적용 문제가 생겨 지리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회적인 방식의 단속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