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부터 전광훈까지 우파 세력 연대 시사…한동훈 견제 탓? 당 내부 ‘과속사고’ 우려도

강성 지지층에 힘입어 전당대회 승리를 거머쥔 장 대표는 취임 후 예상과 달리 운전대를 좌우로 돌렸다. 주요 당직자, 대표 지명 최고위원 자리엔 비교적 계파 성향이 옅은 인물을 발탁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기용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최고위원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달 광주를 찾겠다”는 약속까지 내놨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장 대표 운전대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로 비판받던 황교안 전 총리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11월 12일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라고 했다. 11월 16일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이영풍TV’에 출연, ‘우리공화당(조원진) 자유통일당(전광훈) 자유와혁신(황교안)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모든 우파들은 함께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세력을 향해서는 더욱 거친 발언을 내놨다. 장 대표는 11월 16일 매일신문 유튜브 등에 출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협력할 야당, 협상·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재명 정권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은 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 헌법으로 가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이 가려는 체제 전복,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막기 위해 연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명분이라면 다 함께 모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파 세력 연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우회전을 당분간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12월 말까지는 지지층에 무게 중심을 훨씬 더 많이 둬야 한다”며 “당 대표의 모든 행위가 중도층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행보마다 겨냥하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에 대한 중진들의 엄호사격까지 나오자 정가에선 즉흥 작전이 아닌, 당 차원의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11월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가 장 대표의 우회전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거들었다. 나 의원은 “이쪽은 너무 오른쪽이다, 어떻다 하면 (지선에서) 우리가 이길 수 없다”며 “우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안 돼' 하고 내칠 수는 없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진행자가 ‘전광훈 목사부터 이준석 대표까지 다 포괄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고 짚자, 나 의원은 “우리를 지지하고 우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고 하면 ‘이 사람은 안 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와 윤어게인 주장하는 분들도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그분들이 와서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걸 우리가 내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그들이 와서 지지해 준다는데”라고 답했다.
장 대표는 11월 20일 당내 3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같은날 오후엔 자신에게 면담을 요청한 재선 의원들과 만났다. 앞선 19일엔 4선 이상 중진 의원 10여 명과도 오찬을 했다. 우클릭 강화 동시에 당 내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11월 22일 부산을 시작으로 12월 2일까지 전국 11개 지역에서 시국연설회를 이어간다. 이번 연설회는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고 여권 내란몰이에 강력 대응하자는 취지다. 제1야당으로의 여론 주목을 이끌어내는 장 대표의 승부수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소수파로서 당권을 잡은 입장에서 한동훈 전 대표 등 당내 간판타자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들이 오히려 몸집을 키우는 상황이다. 우회전 전략은 장 대표 스스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려는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대표 운전대 방향이 우측으로 쏠리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한동훈 전 대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본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가 터지자 한 전 대표가 물 만난 고기처럼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 대표 측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 쏟아졌다.
한 전 대표는 하루에도 10여 개씩 글을 올리는 등 SNS를 운동장 삼아 보수의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했다. 여권 중진 의원들에게 연일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그동안 보수진영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주요 토론 무대에서 보수 인사들은 진보진영 논객에 맥을 못 췄다. 한 전 대표는 정말 희귀한 캐릭터”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박범계 추미애 민주당 의원,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비대위원장 등과 설전을 벌이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11월 18일 박범계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향해 “항소 포기 판결문 내용에 대해서 조목조목 내 질문에 답을 하면 얘기할 수도 있다”면서 “깐족거리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토론에서 박 전 장관이 말하는 것 뭐든지 다 공손히 답할 테니 바로 시간과 장소를 잡자”고 답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국회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바 있다. 박 의원은 다시 “태도를 얘기했더니 공손하라고 했다고 읽는다. 판결문 6개 질문사항은 관심도 없고”라고 직격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댓글에서 “그 질문 토론에서 하면 됩니다. 토론하겠다는 말인가요, 안 하겠다는 말인가요”라고 따졌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토론 못 하겠다는 게 박 의원실 공식 입장이라네요”라고 전한 뒤 이를 두고 “민주당 법무부 장관들이 모두 토론 무서워서 도망간 장면”이라고 규정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이어 ‘론스타 판정’까지 나오자 한 전 대표는 날개를 단 듯한 모습이다. 한 전 대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40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이 취소되는 쾌거가 나오자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한 전 대표는 11월 18일 페이스북에 “오늘 승소한 론스타 ISDS(투자자 국가 간 분쟁 해결) 소송을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 추진했을 때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 반대했었다”면서 “믿고 기다려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민주당은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결국 한동훈의 완승”이라며 “4000억 원 국고 손실도 막고 론스타에 소송비용도 받아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승소했다고 발표하는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똥 씹은 표정이 가관”이라며 “이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론스타 항소했다고 비난했었다. 정직하게 한동훈이 옳았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하면 안 되냐”라고 썼다.

뒤로 물러나있던 한동훈 전 대표가 뛰어나오고 장동혁 대표는 우회전을 통해 강성 전략을 구사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장 대표 측에선 임기 100일도 안된 당대표 간판을 한 전 대표가 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 대표의 거친 태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한 전 대표가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이 연장선에서 한 전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은 11월 18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 뜻이 있다면 ‘당원 게시판 논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잘못된 일을 한 것이 있다며 정확하게 소명하는 등 당과 소통해야 한다”며 “저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계속 외면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전 대표 문제도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구성원들의 징계 권한을 쥔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11월 17일 사퇴했는데 이 부분도 한동훈 견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동혁 지도부가 새 윤리위원장을 통해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 정리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여 전 위원장은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징계 대신 ‘주의’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 이후 당 일각에서 강하게 사퇴 압박을 받았고 결국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쪽에서도 일전을 벼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다 론스타 소송도 주목 받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장 대표의 우클릭이 국민의힘에 해가 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친한계 한 인사는 “민주당 헛발질로 인한 반사이익을 전혀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 때문”이라면서 “갈수록 한 전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좋은 자질을 가졌고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표 확장성도 큰 정치인이지만 아직 당내 기반이 약하고 정치 경험이 짧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며 “100일도 안된 당대표로서 당내에 거물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닥치고 공격보다는 참호를 더욱 깊이 파고, 진지를 넓히는 인내전을 펴야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