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교제’ 관련 의혹은 수사중…사실관계 확정 전 손배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반면 김수현 측은 그 '논란'의 실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수사도 진행 중이며, 설령 성년 이후 교제 사실이 존재하더라도 이는 광고 계약 체결 이전의 사생활에 해당해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쟁점은 연예인의 사생활 의혹이 어느 수준에서 사실로 확정돼야 계약상의 품위 유지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계약 이전의 사생활이 계약 이후의 해지와 배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A 사 측 대리인은 "고 김새론과 관련한 논란으로 모델인 김수현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해 광고 계약을 더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A 사는 올해 8월까지 김수현과 광고 계약을 유지할 예정이었으나 김수현의 논란으로 지난 3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날 재판에서 A 사 측은 특히 김수현이 교제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등 대중적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A 사 측은 "고 김새론이 사망하기 전 (김수현과) 교제했다는 사실을 소셜미디어(SNS)에 알린 적이 있는데 당시 김수현은 교제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망 후에 이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꿔 '교제는 맞으나 시기는 성인이 된 이후'라고 주장했다"라며 "대중들이 '슈퍼스타'로 바라보던 김수현이 미성년자인 이성과 교제했다는 것만으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이 성인이 된 직후 교제했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둘 사이에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뜻으로 읽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를 근거로 A 사는 계약 위반시 김수현이 지급해야 하는 모델료 2배와 실제 손해액을 산정해 청구액을 기존 5억 원대에서 28억 6000만 원으로 대폭 증액하기도 했다. 김수현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브랜드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준 도덕적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김수현의 법률대리인은 "김수현이 초기 교제설을 부인했던 것은 이 계약 자체가 성립되기 이전의 일"이라며 "계약 기간도 아닌 시점의 해명을 문제 삼아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맞섰다.
김수현의 행위가 계약상 명시된 '사회적 물의'에 해당한다는 A 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조항 자체가 구체적 위반 사항을 특정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번 사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사회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고, 김수현의 과실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현은 현재 A 사 외에도 쿠쿠전자 등 그가 모델로 있던 다수의 브랜드사들로부터 총 7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수현 소유의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에 30억 원대의 가압류가 신청돼 법원이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의 시발점이 된 김수현 관련 의혹이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4일 A 사 보다 앞서 진행된 쿠쿠홀딩스그룹 계열 쿠쿠전자, 쿠쿠홈시스, 쿠쿠홈시스 말레이시아 법인 등이 김수현을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에서 재판부는 쿠쿠전자 측에 "단순히 신뢰관계 파탄이 있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건지, 상대방의 귀책 사유 때문에 신뢰관계 파탄이 있다는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수현을 둘러싼 각종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은 미성년 교제 의혹의 사실 여부와 함께, 계약 체결 이전의 사생활이 계약 이후의 해지 및 손해배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라는 법적 기준에 있다. 일반적으로 품위 유지 조항은 계약 기간 중에 발생한 행위에 적용되는 만큼 계약 전 사생활이 문제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적 사실 은닉이나 기망 같은 강한 요건이 필요하다.
김수현의 경우는 이 의혹을 제일 처음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고 김새론의 유족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불거진 의혹 단계의 주장과 그 정황만으로는 손해배상의 요건이 충족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와 함께 논란의 실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브랜드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고, 그 손해와 김수현의 행위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도 향후 심리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 단계의 사생활 논란이 광고계약 상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유사 분쟁에서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파악돼 주목 받고 있다.
한편, 이 소송의 다음 변론기일은 내년 3월 13일로 예정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