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장’ 유리 당심 70% 추진 ‘한’ 감사 움직임도…친한계 불쾌감 표출, ‘한’ 재보선 출마 여부 주목

“이러다 진짜 전한길이 공천 받는 거 아니냐.”
지방선거 공천 룰 논란을 지켜본 국민의힘 한 보좌관 말이다. 그는 “선거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당 대표를 뽑는 게 아니지 않느냐. 제대로 된 후보만 내면 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왜 이런 악수를 두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반 여론조사를 100%로 해야 하는 마당에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기획단)은 11월 21일 경선 룰을 발표했다. 기존의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각각 70%와 30%로 바꾸는 안이다. 기획단 대변인 조지연 의원은 11월 25일 기초자치단체장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7 대 3 비율에 대한 (기획단) 입장은 명확하다”며 “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과제”라고 했다. 경선 룰 개정은 상임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5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25일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했다. 조은희 의원은 11월 26일 “당심 70% 룰은 뿌리를 세우는 결단이 아니라 스스로 그 뿌리를 말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획단 연석회의에 참석한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은 “민주당처럼 ‘개딸당’이 될 게 아니라 국민들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기획단 방안을 비판했다.
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그는 11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청년소통플랫폼 ‘청년의꿈’에서 당원 70% 반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글에 “당이 망해도 기득권은 옹호하겠다는 망조가 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 출신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스스로를 가둬 두는 경선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을 향해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고 있다. 선수가 룰을 만들어 경기에 나서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은 무당층 표심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이런 룰로 후보를 내봤자 백전백패다. 극우 성향 후보가 나오면 무당층은 다 떠날 것”이라면서 “우리 당의 최대 자산인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경선에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11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심 강화는 민심과의 단절이 아니라, 민심을 더 든든히 받들기 위한 뿌리 내리기다. 정당의 기초체력은 결국 당원”이라면서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는 기존 룰대로 50 대 50 적용을 받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고 했다. 나 의원은 “(나를 제외한) 다른 경선은 당원 70% 원칙을 반드시 관철하길 지도부와 향후 구성될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 강력히 당부한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가의 시선은 장동혁 대표에게로 모아졌다. 장 대표는 11월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당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하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지선기획단이 그런 안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단이 발표한 당심 70% 반영안을 사실상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11월 22일부터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라는 표어를 내걸고 지방을 순회하고 있다.
기획단이 내놓은 경선 룰은 장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선 결집, 후 확장’과 맞닿아 있다. 장 대표가 기획단에 힘을 실어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장 대표는 대여 투쟁을 명분으로 앞세우지만 강성 지지층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태생적 한계 때문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지방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로선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의미다.
한동훈 전 대표 급부상도 장 대표 스탠스에 영향을 미쳤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론스타 승소 이슈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10개가 넘는 관련 글을 올렸고, 수많은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가 장 대표의 ‘우클릭 강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한 전 대표 측에서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고위 인사는 “장 대표가 매일 결집을 외치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그러느냐. 우리의 집토끼가 계엄 때 떠나갔다고 해도 이제는 다 돌아왔다고 보는 게 맞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외연 확장으로 가야 한다. 무당층을 상대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선거 전략을 외면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장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전통 텃밭인 영남권 일정을 소화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당 그립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와중에 나온 당심 70% 경선 룰 변경은 장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새롭게 유입된 당원들, 그리고 공천을 받은 후보 등은 ‘장동혁 라인’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장 대표가 세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 기류는 장 대표에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앞서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기습적으로 한 후 당 안팎 비판이 거셌던 것처럼, '내란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견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위해 전략적으로 ‘윤 어게인’ 구호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뒤를 잇는다. 강성 지지층 표심으로 대표직에 올랐고, 또 이를 다시 활용해 장악력을 높이려는 장 대표에겐 불리한 배경이다.
장 대표 측이 한 전 대표의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을 공론화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한 전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개인 문제를 이슈화해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경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전 대표와 그의 가족들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던 일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은 11월 18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 뜻이 있다면 ‘당원 게시판 논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한동훈 대표가 (지방선거 출마를) 하고 싶다면 경선에 뛰어들면 된다”면서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한 진실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출마를 하려면 당원 게시판 의혹부터 해소하라는 요구다.
장 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1월 16일 보수 성향 유튜브 ‘이영풍TV’ 등에 출연,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고민은 잘 알지만, 속도가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것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당 차원의 감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에선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감사 움직임에 장 대표 측의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1월 24일 “당원들이 정상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공격, 보복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평가 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11월 27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서 “정치적 음해이고 아무 관련 없다는 게 당 내부조사로 밝혀졌고, 경찰에서도 무혐의로 끝났다”면서 “핵 버튼을 누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분리되는 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현 대표 간 힘겨루기의 관건은 당 주류였지만 탄핵 이후 사분오열 양상을 띠고 있는 친윤계가 어떤 스탠스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앞서 언급했든 장 대표가 연일 의원들과 만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모두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 원외인 한 전 대표 역시 당 원로들과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 전 한 전 대표와 만나 한 원로 인사는 “처음 여의도에 왔을 때랑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인 다 됐더라”고 귀띔했다.
장 대표 측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대표가 특정인을 몰아내려고 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 전 대표 측의) 억지이고 음해다. 당원 게시판 감사는 원래 지지자들에게 약속했던 것”이라면서 “공천 룰의 경우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당원이 적다. 민주당은 100만 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당심 비중을 늘려 신규 당원을 모으는 게 오히려 당을 확장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한 전 대표 측에선 장 대표 행보에 불쾌감과 우려가 함께 나온다. 앞서의 친한계 고위인사는 “한동훈 하나 잡는 게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장 대표는 전광훈 전한길 등과 연대한다고 밝힐 게 아니라 한동훈 유승민 홍준표 그리고 이준석을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국민의힘은 고립될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보수정당의 출범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점쳤다.
한 전 대표 최대 고민은 지방선거와 같이 열리는 재보궐 선거 출마 여부다. 한 전 대표는 출마에 부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변에선 원내로 들어와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 전 대표 거취는 당내 지형과 밀접하게 연동될 전망이다. 당원 게시판 감사 등 압박이 계속되면 당에서의 입지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친한계 고위 인사는 “한 전 대표는 본인으로 인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선거가 임박해지면 지난 대선 때처럼 결국 당에서도 한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