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집단소송 대응 급선무, 1348억 과징금 행정소송 준비…급감한 실적 회복도 숙제

이번 인사는 해킹 사고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23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 피해를 입은 만큼 SK텔레콤은 현재 시장에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정재헌 대표는 당장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 978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2%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90.9% 급감했다. 순손실은 1667억 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2000년 1분기부터 분기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7월 위약금 면제 조치로 고객 이탈이 늘었고 요금 50% 감면 등을 실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적 급감으로 SK텔레콤은 3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례 없는 재무실적 악화로 3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4분기 배당은 연간 실적과 현금흐름이 집계되는 시점에 성장 투자여력과 재무구조 등 전체적인 자본분배균형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분기 대비 실적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4분기에도 이동통신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는 SK텔레콤이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조치 의무 위반 및 유출정보 악용으로 인한 휴대전화 복제 피해 우려, 유심 교체 과정 등 혼란·불편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배상금을 정했다. 신청인들은 해당 조정안을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분쟁조정위에 전달했다.
조정안은 강제력은 없지만 SK텔레콤가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SK텔레콤가 조정안을 받아들일 시 신청인들에게 약 12억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해당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전체 가입자가 추가로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배상금은 6조 9000억 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 SK텔레콤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20일 SK텔레콤은 분쟁조정위에 조정안 불수용 의사를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조정위원회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고 이후 취한 선제적 보상과 재발 방지 조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 조치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수백 명을 대리해온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조정안 불성립 이후 소송 진행을 준비 중”이라며 “피해자에게 책정될 손해배상금이 주요 쟁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 산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조정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원 분쟁조정위 결과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정위원회 조정안과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해킹 피해자 9000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첫 변론은 내년 1월 진행될 예정이다.
분쟁 조정 및 집단소송과 별개로 개인정보위원회는 해킹 사고 관련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유출 통지 지연 이유 등으로 SK텔레콤에 과징금 1348억 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 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위원회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헌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집단 소송 및 행정소송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여러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법률 전문가를 수장으로 교체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모양새”라며 “집단소송 배상금 및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 최대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헌 대표는 취임 이후 ‘통신 본원 경쟁력 회복’과 ‘AI 사업 실질 성과 창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 대표는 “통신사업 고객 신뢰 회복과 AI 사업 실질적 성과 창출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