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 GPU 활용 AI 팩토리 설립키로…품목관세·미중갈등 불확실성은 변수
#삼성전자, HBM4 공급에 파운드리까지 협력
엔비디아는 SK·삼성전자·현대차그룹·네이버 등 한국 대기업들과 AI 협력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에 엔비디아 최신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를 비롯해 SK·삼성전자·현대차그룹에는 각각 5만 장의 GPU를 공급한다. 네이버에는 GPU 6만 장을 공급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 GPU 공급을 확정 받았다. 그야말로 ‘깜짝 선물’인 셈이다.

엔비디아와 핵심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파트너십 관계가 워낙 끈끈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핵심 공급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 제품인 HBM3E, 6세대 제품인 HBM4 등 차세대 메모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30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의 HBM 납품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전 고객사에 HBM3E를 공급하고 있고,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샘플 출하를 완료한 뒤 양산 출하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삼성전자는 HBM 외에도 엔비디아에 고성능 그래픽 D램(GDDR7)과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 공급도 협의 중이라 밝혔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파운드리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에 애를 먹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을 개발했지만,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 소식이 지연됐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E를 일찌감치 공급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가 견고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D램을 공급한 것을 파운드리 분야까지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25년 이상 이어온 양사의 기술 협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밝혔다.


APEC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분기 최대 실적 소식도 알렸다. 10월 29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4조 4489억 원, 영업이익 11조 383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년 3분기 대비 매출은 39.1%, 영업이익은 61.9% 늘어난 수치다. 하루 뒤인 10월 30일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 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 1161억 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 32.5% 증가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33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메모리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메모리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도 오르고 있다. AI 응용 전처리 목적의 범용 D램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메모리 기업들이 HBM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설비투자를 HBM에 우선 할당하면서 범용 D램 공급에 제약이 생겼다. 현재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16Gb 단품 현물 가격은 14달러로 올해 4분기 고정가격 예상치(8달러)보다 75% 높게 거래되고 있다.
메모리 수요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전 제품의 내년 생산품이 ‘솔드아웃(매진)’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내년 고객 수요가 당사 공급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통상 메모리는 호황기 뒤 침체기가 오는 사이클을 탔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0월 31일 종가는 SK하이닉스가 55만 9000원, 삼성전자는 10만 7500원을 기록했다. 3개월 전인 7월 31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종가는 각각 27만 3500원, 7만 1400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SK하이닉스 60만 원 후반~70만 원 초반, 삼성전자는 10만 원대 중반으로 높여 잡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고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동률이 상승하고 기존 고객사로부터 후속 계약까지 기대해볼 상황이 온다면 한 번 더 리레이팅이 되는 시기가 올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품목관세는 지켜봐야” 일부 불확실성도…
10월 29일 APEC을 계기로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 다만 반도체 품목관세는 확정되지 않았다. 양국은 반도체 품목관세를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아직 미국과 대만은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패키징을 대만에서 하면 대만에 적용되는 관세가 부과되는 것인지 등도 확실치 않아 세부 항목을 더 지켜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