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 수출기업 선방 “제한적 영향”…내수 중심 업종 종목은 피해 있을 수도

고환율 기조에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주요 증권사 대표와 비공개 회의를 갖고 환율 안정화 방안을 모색한 사실이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4일 1405원을 기록하며 1400원대에 진입한 뒤 줄곧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는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4000선이 무너졌다. 지난 11월 21일에는 3853.26으로 전 거래일 대비 3.79%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4000선(종가기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환율이 거론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약화될 수 있다. 국내에 투입됐던 외국인 자본이 원화 약세를 우려해 이탈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코스피 흐름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 회수에 나선 모양새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이었던 11월 21일 외국인은 2조 8229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1월 14일에도 2조 3575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날은 코스피가 4.13% 급락한 날이기도 했다. 11월 27일 기준 11월 외국인이 2조 원 이상의 순매도를 한 날은 총 4거래일에 달했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올해 2조 원 이상 순매도가 이뤄진 거래일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환율 변동성에 둔감해지는 분위기가 읽힌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자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잇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 투자자들이 원화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원화 약세를 무역수지의 이상 징후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국내 유입되는 달러가 감소하게 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실제 올해 집계된 무역수지는 전반적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올해 2월 39억 91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한 이후 10월까지 매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및 자동차 등의 수출 기업들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매출액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코스피 위기론이 제기되려면 코스피 시총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이 동반돼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반도체 업계는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오히려 수출 기업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현재의 환율 상황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현재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로는 우선 내국인의 해외 투자 증가가 꼽히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 개인의 해외 매수 금액은 68억 1300만 달러다. 무역수지가 같은 기간 60억 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수지 이상의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대거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이전처럼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은 것도 국내 달러 유입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확보한 달러를 현지에서 소비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올해 트럼프 행정부 정부 출범 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들은 근본적으로 코스피 기업가치에 훼손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다만 향후 환율이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 코스피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WM혁신본부 상무는 현재까지 코스피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1400원이라는 저항선이 사라졌다”면서 “사람들이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까지 오르는 것에 무감각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1400원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올라갈 경우에 수입 물가가 오르고 내수 경기는 나빠진다. 이는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코스피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고환율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상황이 코스피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불리하지 않아 전체 지수의 하방 압력을 높이지는 않지만 내수 중심의 코스피 관련 종목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는 “(고환율 기조에 따라 내수 침체로) 피해를 보는 업종이 있을 수 있다”면서 변별력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증시 전체로 볼 땐 이것이 나쁘지 않다. 외국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여행객이 늘어날 수도 있고, 국내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고환율의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해서 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