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 효과도 하루 만에 소멸…코스피 잠재력 나스닥보다 커 의외로 선방 가능성

그런데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중단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9월 연 3%까지 상승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 지표는 보통 매월 중순 발표되지만 최근 정부 셧다운으로 12월 초에나 10월 통계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어 12월 11일에는 연준의 금리 결정이 이뤄진다. 20일 현재 연준이 12월에 기준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30%다.
구글의 순다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AI 투자 급증을 보면 어느 정도 비이성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해 그 누구도 (비이성에) 면역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넷 초기와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의 중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초대형 투자자(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다. 엄청난 규모로 IT서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등 인프라에 투자하고 이를 운영하는 거대 기업들이다. 이들 대부분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들조차 자체 자금만으로 AI 투자를 감당 못해 최근 대규모 차입에 나서고 있다. 시장은 이를 ‘경고’로 해석했다. 초우량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쓸어가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는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주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초우량 기업의 차입만을 이유로 현재 상황을 ‘거품’이라 단정짓기도 애매하다. AI 관련 빅테크의 주가도 과거 거품 때에 미치지 못한다. 닷컴 버블 정점이었던 2000년 3월, 나스닥 100 기업들의 예상 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은 60배였다. 현재 이 수치는 26~28배로 당시의 절반이다.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 기술 기업 중 수익을 내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AI 시대를 이끄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들은 닷컴 버블을 지나 모바일 혁명에서도 생존한 실력파들이다. AI 투자는 기업을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할 과제가 됐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자 중요하다.
AI의 진짜 가치를 평가받을 ‘전사(戰士)’들은 아직 시장에 본격 데뷔도 하지 않았다. AI 간판 기업인 오픈AI은 최근에서야 지배구조를 변경하며 기업공개(IPO·상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앤트로픽(Anthropic), 코히어(Cohere), 미스트랄AI(Mistral AI), xAI 등은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밝히지도 않았다. 이들 모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빅테크와 달리 아직 수익은 부족한데 투자할 곳은 많다. 내년부터는 증시 입성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커진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과열이 나타난다면 거품 우려를 키울 만하다.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는 경우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가격의 수준은 돈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 자산시장 투자자들은 기회비용(이자) 부담이 커진다. 높은 금리는 달러 강세로 이어져 달러 투자자들의 전세계적인 자금 회수를 자극할 수 있다.
오바마 케어 연장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으로 내년 2월 미국 연방정부가 다시 셧다운 될 가능성도 있다. 셧다운이 되면 연방정부 지출이 중단돼 시장의 단기 유동성이 위축된다. 내년 2월이면 기업들의 2025년 연간 실적 발표와 함께 트럼프의 관세 부과 권한을 판단하는 연방대법원 판결도 나올 전망이다. 악재들이 겹치며 상당히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월 20일 S&P500이 20일 이동평균선은 물론 60일선 아래까지 밀린 것은 시장 위험을 꽤 깊이 선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만 애매할 뿐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2018년 임명한 파월 의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6월 신임 의장이 취임해 트럼프 대통령 뜻대로 기준금리를 과감히 내린다면 증시 유동성 환경은 개선될 수도 있다. 물론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물가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금리를 다시 높여야 할 수 있다. 금리의 방향이 바뀌면 자산가격 조정이 뒤따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와 일본의 경기 부양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매년 200억 달러를 미국에 추가 투자하는 부담까지 더하면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 원화의 추가 약세를 막지 못한다면 환차손 우려로 주식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매도가 계속될 수 있다. 외국인의 금융자산 매각은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경기에 부담이다. 새해 예산을 크게 늘린 정부의 어깨도 무거워진다.
다만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0배 수준이다.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금리도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낮다. 이론적으로 코스피의 상승 잠재력이 나스닥보다 더 크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 중심이던 AI 수혜의 범위가 하드웨어와 발전 등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되는 점도 코스피에는 긍정적이다. 자체적인 AI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주요국들 대부분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발전·배전·송전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AI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미국 외 지역에서도 한국 제조업의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크다. 정부가 신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도 긍정적이다. 반도체 외에 다른 업종들이 외국인 매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코스피는 AI 거품 우려에도 의외로 선방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