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격노로 수사외압’ 사실은 확인…33명 기소, 수사 공정성·절차 등 논란도
애초 순직해병 특검 수사는 비교적 수월한 편에 속할 줄 예상됐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이후 대통령실 전화 한 통에 돌연 책임자 처벌이 백지화되고, 이게 로비 때문인 듯한 정황이 터져 나오는 등 비정상적 상황이 선명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비선실세' '금품수수' 여부 등 감춰진 사실을 들춰내야 하는 김건희 특검팀보다는 덜 까다로운 수사로 꼽혔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남기면서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 이 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던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개입으로 축소됐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올 7월 2일 출범했다.
채 상병 순직 후 정부와 관계당국 등에서 벌어진 사태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먼저,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수사단은 경찰에 채 상병 소속부대 책임자인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혐의도 이첩했으나, 경찰이 이를 되돌려 보냈다.
이로써 임 전 사단장은 올 2월 징계 없이 전역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임 전 사단장을 빼려던 동기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로비 때문이란 말이 확산했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식계좌 관리인이었다.

특검팀에 따르면, 격노가 벌어진 날은 2023년 7월 31일이었다. 이날 오전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실 국방비서관이 윤 전 대통령에 해병대수사단 결과를 보고했다. "임성근 사단장과 현장 통제 간부 등 총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피의자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버럭 소리쳤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려 하겠냐"고 질책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당장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도 전화를 걸어 똑같이 화를 내고 격노했다고 한다.
이 통화 이후 '임성근 혐의 제외' 명령이 국방부와 경찰 등에 줄줄이 하달됐다. 해병대수사단의 언론 브리핑과 국회 설명 등도 일제히 취소됐다. 예정됐던 임 전 사단장 분리파견도 없던 일이 됐다. '윤석열-이종섭 통화' 후 단 90분 만에 이뤄진 일이다.

국방부는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도 바꾸려 시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박진희 군사보좌관(이종섭 장관 참모진)→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단계를 거쳐 임 전 사단장 혐의를 빼라는 노골적 지시가 내려졌다.
수사를 이끈 박정훈 대령은 어떻게든 임 전 사단장 혐의도 입건하려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오히려 '항명죄'로 체포·구속될 뻔했다.
이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유재은 당시 법무관리관에 박 대령 보직해임과 항명죄 수사 등을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 명령에 따른 조치였다.
박 대령은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으나 법원의 기각으로 위기를 면했다. 특검팀은 국방부 등이 애초 무리한 수사였음을 알고도 박 대령에게 압력을 행사하고자 직권을 남용해 이같이 나섰다고 판단했다.
일련의 사태가 일파만파 논란으로 비화했을 때 이 전 장관이 돌연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했다. 세간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도피를 사실상 도왔다는 의심이 잇따랐다. 당시 이 전 장관은 해병대수사단 외압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으며 출국도 금지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런종섭' 논란이었다.
특검은 이 역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면 본인도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차단하고자 법무부·외교부 등에도 협조를 구해 출국과 대사 임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오동운 공수처장 등 공수처 관계자 5명도 기소했다. 이들은 2024년 8월 접수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에 대한 위증 고발 사건을 약 11개월 동안 대검찰청에 통보·이첩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23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가 연루된 줄 몰랐다"고 말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위증죄로 고발됐었다.
이 밖에 '멋쟁해병' 관계자 일부도 재판에 넘겼다. 멋쟁해병은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 등 5명이 참여한 채팅방 이름이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대표는 본인 휴대폰을 스스로 파손했다. 멋쟁해병 송호종 씨와 그의 지인 이관형 씨도 각각 위증과 위증교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송 씨는 채 상병 순직 직후 국회에 출석해 "2023년 말쯤 임성근을 본 적 없다"고 진술했는데, 실은 만난 적 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 같은 위증에 이관형 씨가 조력했다고 봤다.

채 상병 순직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해병대 포7대대장 △장모 해병대 포7대대 본부중대장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 대령 수사외압 및 이종섭 출국 등에 관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정책실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이 아무개 전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 등 12명을 기소했다.
위증 고발사건 방치로 기소된 공수처 관계자는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공수처 차장 △김선규 전 부장검사 △송창진 전 부장검사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 5명이다.
그 외에 △국회 위증 멋쟁해병 송호종 씨 △위증교사 이관형 씨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 △이종호 전 대표 지인 차 아무개 씨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성과라 평가하긴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번 기소 대상자들에 대한 공소유지가 과연 탄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안한 시각이 적지 않다. 이는 각종 수사가 내내 답답하게 진행돼 온 탓이다. 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0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9건이 기각당했다. 기각률은 무려 '90%'. 11월 28일 기준 '내란특검 38.5%' '김건희 특검 32%'를 압도한다.
특검이 구속한 피의자는 임 전 사단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 관련 최대 의혹이자 권력 비리 정점으로 꼽힌 '구명로비 의혹'은 풀지도 못했다.
애초 특검팀은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의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가능성을 끈질기게 의심해 왔다. 이 전 대표가 지인에 "내가 임성근 사표 내선 안 된다고 VIP에 말했다"고 말한 녹취도 공개된 터였다.
특검팀은 구명로비 의혹 해소에 수사력을 최대한 끌어 모았으나 실마리도 못 찾았다. 이 전 대표와 김건희 씨 인연은 물론, 그와 임 전 사단장 사이 연결고리도 발견 못했다. 급기야 특검팀은 수사 도중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이 구명로비 했을 가능성까지 살폈지만 역시 맹탕이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수사 공정성이나 절차적 적법성 등을 둘러싼 논란도 잦았다. 출범 때부터 사실상 답을 정해놓고 수사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명현 특검이 수사팀 출범 전 김정민 변호사에 특검팀 합류를 제안하며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수사외압 피해자인 박정훈 대령 법률대리인이다.
특히 순직해병 특검팀은 앞으로 겪어야 할 분쟁이 더 있다. 이명현 특검과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 수사가 최근 시작됐다. 특히 오동운 처장 등 공수처 관계자들도 순직해병 특검팀에 의해 기소된 가운데 공수처가 이명현 특검 등을 수사해야 할 사안이 있어 주목된다.
이는 올 7월 특검팀이 멋쟁해병 송호종 씨와 이관형 씨 휴대전화 등 디지털자료 등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 일부를 추 의원에 넘긴 게 발단이 됐다. 송 씨가 국회에서 "임성근을 만난 적 없다"고 말한 것과 달리, 실은 만난 적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들이었다.
추 의원은 특검한테서 받은 압수물을 언론에도 제공했다. 관련 보도는 8월 21일 나갔다. 특검이 압수물 포렌식을 종료한 지 불과 하루 지난 때였다. 언론의 취재 시간까지 고려하면, 특검이 추 의원 측에 자료를 유출한 시점은 포렌식이 끝나기도 전이었단 추론이 가능하다.
추 의원은 해당 압수물을 토대로 송 씨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낸 고발이었다. 당시 추 의원 측은 "순직해병 특검팀이 지난 8월 14일 고발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관형 씨가 '수사기밀 유출' 등을 주장하며 이 특검과 추 의원을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1월 4일 고발인 이 씨를 처음 불러 조사했다. 조만간 특검과 추 의원실 관계자 등도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물론 경찰이 수사를 얼마나 엄정하게 진행할지는 두고 볼 문제다. 추 의원이 현직 국회 법사위원장, 이명현 특검도 검사장급 신분이라 수사기관도 부담을 가진 듯한 인상이 짙어서다.
일례로 첫 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과정부터 복잡했다. 애초 이 사건은 올 8월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에 고발이 접수됐다. 하지만 곧 경찰청으로 넘어갔고, '서초서→공수처→서초서 재이첩' 등을 거쳐 2개월여 지나서야 서초서에서 첫 조사가 진행됐다.
특검팀과 추 의원 측은 "압수물을 통해 송 씨의 국회 위증 등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포착, 국회 고발을 거쳐 수사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고발인 이 씨 측은 "수사 중 확보된 압수물은 재판과 수사 목적 외 사용이 금지돼 있다"며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수사 기밀 누설일 뿐 아니라, 참고인 등 피압수자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지난 9월 이 특검과 추 의원을 무고죄로도 고발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미처 끝내지 못한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할 예정이다. 박 대령이 수사외압을 받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신청한 긴급구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위와 경북경찰청 관계자가 초동수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 등이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명현 특검은 "피고인들이 본인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앞으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