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비아파트·신축-구축 등 복수 격차 구도 심화…수도권 공급 및 양질의 공공임대 확대가 관건

초양극화는 ‘기존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돼 두 극단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작금의 주택시장 초양극화 현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속내는 더욱 복잡해진다. 양극화의 심화(초양극화)라는 단계를 넘어 다중양극화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양극화를 서울과 지방이라는 단일구도로 한정할 수 없게 됐다. 양극화가 아파트와 비아파트, 신축과 구축, 중소형과 대형, 강남과 강북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눈에 띄는 주택시장 양극화의 형태로는 단연코 아파트 선호·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신축 선호·구축 기피 현상을 들 수 있다. 돌이켜보건대 2022년 12월경 터진 이른바 ‘빌라왕 사태’는 빌라(다세대·다가구 주택)는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시장을 와해시킨 핵폭탄과 같은 사건이었다. 오죽하면 ‘빌라포비아’라는 기괴한 신조어까지 나왔을까. 그렇다면 아파트는 어떤가? ‘대한민국은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선호도와 주거문화를 비유한 말이다. 현시점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자산가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재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반면 빌라로 대별되는 비아파트는 어떤가? 한때 빌라는 집을 사기엔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20~30대 젊은이들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로 각광받던 존재였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전세사기라는 초유의 사태로 희망 대신 절망을 선물했다. 수요자들이 비아파트에 관심을 끊으면서 신규 공급도 사라진 지 오래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무너진 것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양극화의 또 다른 형태인 신축 선호·구축 기피 현상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얼죽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어 죽어도 신축’을 줄인 말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일컫는다. 얼죽신! 주거지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수요자와 마케팅적 측면에서 고품질을 찾아 나선 공급자의 합작품이 아닐까. 분명한 사실은 동일생활권 내라도 구축보다 신축을 선호하는 현상이 주택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편리한 주거환경, 최신식 편의시설, 효율적 관리시스템을 두루 갖춘 신축 아파트는 삶의 질을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자산가치의 증식까지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의 경우 거래될 때마다 전고점을 깨트리고 있을 만큼 얼죽신은 당연시되고 있다. 수요가 넘쳐나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신고가 경신은 피할 수 없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강남 신축 아파트는 매물만 나오면 지금이라도 들어간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집값 격차가 커질수록 자산의 가치 및 삶의 질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위화감과 함께 국민통합도 멀어진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초양극화·다중양극화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서울 및 서울 인접 수도권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할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주거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해 서울과의 집값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말이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이동현 박사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부동산 전문가다. 중앙대 경영학과와 서강대 법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부동산전공 석사,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송 출연 및 칼럼 기고는 물론 정부 및 공공기관 정책자문, 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이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