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 영향, 코로나 때 수준 회복 못해…CVC 규제 완화와 VC 키우는 노력 병행 목소리
#올해 유니콘 2개, 후보 기업은 11개
일요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유니콘으로 등재된 한국 기업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 등 두 곳이다. 지난 9월 리벨리온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미국 킨드레드벤처스, 대만 페가트론 벤처캐피탈, 삼성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3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달 아이아이컴바인드도 구글코리아와 인바이츠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피치북 기준 현재 한국의 유니콘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아이아이컴바인드 △트릿지 △컬리 △무신사 △직방 △당근 △딜리셔스 △에이블리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리벨리온 △리디 △바로고 △네이버제트 △VA코퍼레이션 등 16개다.
포스트머니 밸류가 5억 달러~10억 달러 미만인 유니콘 후보 기업엔 △한국신용데이터 △엔픽셀 △엠씨케이테크 △두나무 △크림 △미디어앤아트 △로보에테크놀로지 △미미박스 △메가존클라우드 △딥엑스 △아데나소프트웨어 등 11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커머스나 플랫폼 기업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 유니콘 목록에 다수 포진해 있다면, 유니콘 후보 기업엔 로보틱스와 AI 기업이 포함됐다.
국내 신규 유니콘 수는 2022년 7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3년과 2024년은 각각 1개에 그쳤다. 피치북 기준 올해 전 세계에서 신규 유니콘은 149개가 탄생했는데 이 중 94개는 미국 기업이었다. 중국에선 11개, 이스라엘에선 4개 기업이 유니콘에 새롭게 등재됐다.

다만 앞으로는 분위기 전환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플랫폼 기반의 유니콘들의 밸류가 낮아진 상태지만 새로 생기는 AI 관련 스타트업들은 아직 유니콘이 많지 않다”며 “현재는 모델과 산업의 전환기로 1년만 있어도 유니콘이 많아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피치북의 멜라니 탱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모시장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요신문에 “2022년 이후 글로벌 유니콘 탄생이 현저히 둔화한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새로운 유니콘이 나온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의 사모시장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구조적 변화의 징후”라며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스케일업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어왔다. 한국에선 GP(운용사)의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LP(출자자)들도 사모시장에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자금 부족 문제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해외 나가는 스타트업과 국내 산업 연계 방안 찾아야”

사실상 코스닥 상장이 유일한 엑시트 방법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CVC 규제 완화를 통해 전략적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엑시트 시장이 활성화돼야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하고 유니콘이 될 만한 기업들이 새로 생겨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3일 법무법인 화우 주최로 열린 ‘CVC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한 인사는 현재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을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을 위해 수천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규제를 혁명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VC 규모를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태펀드가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VC 생태계가 만들어졌지만, 글로벌 VC에 버금가는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한국 VC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국가전략기술로 키우고 싶은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해당 기업의 가치평가를 높게 해주는 전문적인 VC가 있어야 하는데 미비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AI 등 분야에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해 정부가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 글로벌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을 국내 산업 기반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기대 센터장은 “유니콘이 많이 생기기는 할 텐데 국내보다는 외국에 진출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태펀드를 아무리 늘려도 미국 VC와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누적 투자 1000억 원이 넘은 트웰브랩스는 미국 법인”이라며 “해외로 진출하는 AI 스타트업과 국내 산업 기반을 어떻게 연결할지 전략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