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실적 압박 속 인하 기대 어려워…SKT “변경된 제도에 맞게 성실히 임할 것”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대가 자율협상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는 ‘사후 규제’는 2025년 3월 30일 이후 시행됐다. 그 이전에 정부는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이동통신사와 도매대가를 협상해주는 ‘사전 규제’ 방식을 채택했다.
망 도매대가 협상은 통상 시장지배 사업자이자 전기통신사업법상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T가 먼저 실시한다. 제공 의무가 없는 KT와 LG유플러스는 SKT 도매대가를 토대로 알뜰폰 업체들과 자율 협상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대가 10%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알뜰폰 사업자들은 1.5%의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또 정부가 중소·중견 사업자들에도 전파사용료를 2025년 20%, 2026년 50%, 2027년 100% 납부하도록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전액 부담 시 영업이익률 -3.9%로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사업자도 전파사용료 등 비용 부담이 생겼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며 “프로모션에 따라 타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용자 비중이 70%에 달한다. 록인 효과(Lock-in, 특정 브랜드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현상)가 크지 않아 경쟁은 치열하다”라고 밝혔다.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지난 11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뜰폰 업체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 금융범죄 예방 비용 외에 전파사용료 추가 부담이 시작됐다”며 “올해는 적자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사업 지속성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매대가 협상은 당초 4월부터 시작했어야 했지만, SKT 해킹 사고 여파로 논의가 지연됐다. 연말연시를 앞둔 현 시점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다. 앞서의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태 수습으로 인해 협상 논의가 미뤄진 것도 있지만, SKT의 의지가 강해보이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정부는 물론 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협상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정부는 시장 논리와 다르게 인위적으로 개입을 해서 도매대가 인하를 이끌어냈다”며 “5G의 경우 트래픽 여유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도매대가 인하를 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 사태를 겪은 SKT는 고객 보상 패키지(요금 감면, 데이터 제공) 비용과 역대 최고 과징금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SKT의 올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522억 원이다. 연결 기준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954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5693억 원) 대비 39.2% 감소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인프라, AI(인공지능) 등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이용 기한 만료를 앞둔 3G·LTE 주파수 재할당 조건으로 이통 3사에 5G SA(단독모드) 도입을 내세웠는데, 망·설비·기지국 등 투자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며 “이통 3사 모두 해킹 리스크와 실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데다가, AI·6G 등 미래지향적인 투자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월 1일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 공개설명회를 개최하고, 총 370MHz 폭의 3G·LTE 주파수 재할당 계획을 공개했다. 가치 하락을 반영해 LTE 재할당 대가는 15% 할인되고 5G 인빌딩(실내) 투자 확대 시 할당 대가가 추가로 감면되지만, 5G SA 전환이 이통사들에 재할당 필수 조건이다.
결국 도매대가 협상 체결은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T)는 알뜰폰 업체의 협상 요청 공문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기간은 권고 사항이며, 기간을 넘겨서 협상이 완료되더라도 요청 이후 60일이 지난 도매대가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된다. 협정 체결 이후 30일 이내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면 정부가 15일 이내 반려 여부를 결정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제4항에 의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신고한 이용약관이 공공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정부가 이용약관을 반려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는 도매제공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하지 않는 경우, 도매제공 협정 이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이미 신고된 협정에서 정한 도매대가 산정 주기를 협정 상대방 동의 없이 변경하는 경우 등이 금지행위로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변경된 제도 취지에 맞게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