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몸짓서 태어난 변곡선을 사진에 담아…주름 같은 삶 흔적과 기억 소멸 과정을 잔상으로 제시
#episode 1. 잔상–주름, 흔적의 퇴적층
질 들뢰즈의 ‘주름’ 사유에서 시작된 늘휘무용단의 ‘변곡의 점’은 춤과 설치미술, 라이브연주, 영상이 결합된 아트 퍼포먼스(Art Performance)다. 안무자는 신체와 조형물 간에 공존하는 다양한 운동성을 통해 생성된 율동감과 리듬감을 ‘주름’으로 보았다. 작품은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무수한 변곡의 선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수많은 주름의 형상이 곧 우리 삶의 입체화된 흔적을 의미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촬영을 하면서 조형물과 함께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조형물 내면의 깊고 얕은 주름을 표현하는 움직임의 잔상들 같았다. 인간의 얼굴에서 보이는 다양한 모양의 주름은 지워지지 아니하는 지난날의 모습, 작품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잔상인 셈이다.

#episode 2. 잔상–소멸, 사라짐의 과정
전혁진 안무가의 작품 ‘Extinction_ver.2’는 제목에서와 같이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프로그램 북에 있는 작품의 시놉시스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기억되지 못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관계를 통해 드러나며, 기억의 잔존이 깊을수록 소멸의 시간은 늦춰진다. 우리는 수많은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존재들을 소멸시킨다.”

작품 제목이 소멸인데 이상하게 작품을 접하고 나니 소멸되었던 지난날의 기억과 감성이 되살아난다. 어쩌면 기억의 소멸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잃고 싶은 기억과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은 기억의 저편에서 멀어진다. 반면에 담고 싶은 기억들은 무용가의 몸짓 속에, 사진가의 사진 속에 남아 간직된다. 시간의 흐름 속 찰나의 순간을 담는 나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본다.
옥상훈 공연예술사진작가, 스튜디오 야긴 대표, 온더고필름 디렉터. 국악반주에 맞춰 추는 승무에 반해 춤 사진을 찍은 지 20년이 됐다. 서울무용제(SDF), 창작산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등 다수의 공연예술페스티벌과 안은미컴퍼니, 정동극장, 경기아트센터 등 여러 예술가 및 기관, 단체들과 지속적인 공연 작업을 하고 있다.
옥상훈 스튜디오 야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