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회장 선임절차 조사에 금융지주들 ‘촉각’…포용적·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에 일제히 화답도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은 2025년 12월 19일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돌아가면서 계속,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년, 20년 해먹고 그러는데 그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며 “자신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CEO 연임 절차를 진행 중인 금융권 입장에서는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BNK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2026년 1월 검사에 착수한다. 앞서 BNK금융 이사회가 빈대인 현 회장을 차기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으며, 2026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당국이 BNK금융 외 복수의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12월 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진옥동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현 회장도 연임에 도전하고 있지만, 후보 추천 절차가 마무리되진 않았다. 양종희 KB금융 현 회장도 2026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 검증 강화,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다양성 제고 방안 등을 2026년 1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영국의 경우 CEO가 10년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가 있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관치금융’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기도 하지만 금융지주는 주주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며 “주주들의 의견이 중요하며 경영 성과에 따라 CEO 연임이 결정되는데,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에 대해 너무 과하게 지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는 각 금융지주의 사외이사회를 통해 독립적으로 판단되는 사안이며, 지배구조법상 제도적으로 정해진 CEO 선임 일정이나 절차에 직접적인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금융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배구조와 함께 금융사들이 가계 담보대출 등에 주력하기보다는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원래는 기업 영역, 생산적 영역에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이게 전부 민간 소비 영역에 다 몰려 있다는 것 아니냐”며 “영업 행태를 보면 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땅이나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먹는 것이 주축 아니냐.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포용적·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금융지주들이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08조 원을 생산적·포용 금융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생산적 금융이 441조 원, 포용 금융이 67조 원이다.
우리금융은 12월 22일 신용대출금리 상한제 도입, 긴급생활비대출 상품 출시, 장기연체 소액대출 추심 중단과 연체 후 미수이자 면제 등 포용금융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은 최근 생산·포용금융 관련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금융업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고, 사회 공헌 사업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자장사를 통한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활성화해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의 금융지주 관계자도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은행들이 ELS(주가연계증권) 등 상품 판매를 통해 비이자 수익을 늘리려고 했다”며 “대규모 손실 사태들이 발생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등 제재를 가했는데,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 쓰는 걸 동시에 요구하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시스템이 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는데, 은행은 벤처캐피털이나 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비교하면 위험 선호 내지 투자 방식이 다르다”며 “은행에 무작정 생산적 금융을 강요하기보다는 생산적 금융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책금융기관이 보증·후순위 투자 등으로 초기 위험을 일부 흡수하고, 민간 금융회사가 이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또한 생산적·포용금융 실적에 대해 자본 규제 완화나 감독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단기 연체율 중심이 아닌 중장기 성장성과 고용 효과를 반영한 평가체계를 병행해야 금융권의 자발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