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찾아 전통 의례 ‘시치고산’ 진행…반려견 주인공으로 기도 낭독, 소원 적기

그런데 최근 이 의식의 주인공이 반려동물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반려동물을 위한 시치고산 기도를 제공하는 신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려견이 차에 치이지 않게 지켜달라”는 기도가 낭독되고, 시치고산을 맞은 반려견의 기념 촬영도 분주하다. 의식이 끝나면 주인들은 작은 나무판 ‘에마’에 소원을 적어 신사 입구에 건다. 다섯 살 포메라니안 ‘솔트’와 신사를 찾은 나리타 마키 씨는 “건강하고 평온하고 행복한 견생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러한 풍경은 일본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추계에 따르면, 일본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약 17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동시에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2024년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은 68만 6061명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899년 이후 처음으로 70만 명을 밑돌았다.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이치가야 카메오카 하치만궁’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매년 가을 시치고산 기간에 이곳을 찾는 반려동물은 350마리가 넘지만, 아이는 약 50명에 그친다. 도쿄에 사는 가사이 구미코 씨는 세 살이 된 반려견 ‘리즈’와 함께 이 신사를 찾았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가사이 부부는 식 준비에 수개월을 들였고, 리즈를 위해 3만 엔(약 28만 원)을 기꺼이 지불했다.
남서부의 소도시 니이미시의 ‘후나카와 하치만궁’ 역시 2021년부터 반려동물 시치고산 기도를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며 2025년 신청자는 40건을 넘겼다고 한다. 대부분은 반려견이지만, 고양이와 올빼미, 토끼의 건강을 기원하며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일곱 살 코카스파니엘 ‘니카’와 함께 온 모리사카 사토시 씨는 “이전에 반려견을 일찍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며 “자식 같은 니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제사를 담당하는 궁사는 “가끔 ‘털뭉치 참배자’에게 물릴 때도 있지만 힘들지 않다”며 웃는다. 그는 “주인도 반려동물도 함께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사가 시대에 뒤처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