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항소심 실형 선고로 경영 공백 장기화 우려…글로벌 전략 강화·한온시스템 정상화 숙제 풀어야

조현범 회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도록 해, 약 131억 원의 손해를 입힌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뿐만 아니라 2017~2022년 약 75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도 받았다. 친분이 있는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에 MKT 자금 50억 원을 빌려주고,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을 한국타이어 계열사 명의로 구입·리스한 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이다.
지난 5월 29일 열린 1심은 조현범 회장이 몰드 고가 매입으로 한국타이어에 손해를 입히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75억 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이 선고됐다.
12월 22일 열린 2심에서는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MKT를 통해 리한에게 50억 원을 빌려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 다만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기업 경영 활동과 무관하게 회사 자금이나 재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전형적인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판결로 조 회장의 남은 형기는 약 9개월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검찰과 조 회장 측은 2심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에 각각 상고장을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12년 구형과 달리 형량이 줄어들어 상고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재판이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 회장 측에서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이어지며 그룹 안팎에서는 최종 결정권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 협업,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 통상 환경 변화 등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조현범 회장은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과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모터스포츠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부품 관세 재부과 가능성 등 글로벌 통상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전략 점검 회의 등을 주재해왔다. 조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의 전략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온시스템 정상화와 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 800억 원에 매입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시행한 유상증자 참여(약 6000억 원)와 한앤컴퍼니 소유 지분 인수(약 1조 2000억 원)를 통해 지분 54.77%를 확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타이어 중심 사업구조를 미래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장해 모빌리티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기조에서 진행된 빅딜이었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 6173억 원, 2분기 2조 858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11.7%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분기 209억 원, 2분기 64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8.5%, 10.2% 감소했다. 3분기에는 매출 2조 7057억 원, 영업이익 95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1.7% 상승하며 회복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각이 있다. 현대위아 등 신흥 경쟁사의 시장 유입 변수 등으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29일 2026년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서의돈 한국앤컴퍼니 부사장 등 33명을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주요 계열사 승진자 중 최고 직급이 부사장에 그친 점을 들어, 이번 인사가 리스크 최소화와 내실 경영에 방점을 둔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실행력 강화를 위한 세대 교체 움직임도 감지된다. 로봇·자동차·전자·의료 등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르는 엔지니어링 솔루션 계열사 ‘모델솔루션’ 대표이사로 40대인 유형민 한국타이어 전략혁신담당이 내정됐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현장 중심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해 민첩한 대응력과 실행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려는 목적의 인사로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 임원 인사는 중장기 성장과 안정적 경영 체제 구축, 변화와 혁신의 병행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