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방어·기업가치 제고 안간힘, 한국앤컴퍼니 인수 조건 변경 제안 눈길…한온 “M&A 이슈와 무관”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용 절감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인력 효율화, 물류비 절감, 해외 저수익 생산 거점 조절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 생산 공장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축했다. 다만 한온시스템이 지출한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는 지난해 상반기 294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160억 원으로 되레 7.38% 늘었다. 이는 직원 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퇴직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인력 효율화 작업은 막바지 단계이며 물류비 절감과 해외 생산 거점 조절 작업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됐다. 한온시스템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은 △2020년 3158억 원 △2021년 3258억 원 △2022년 2566억 원 △2023년 2773억 원으로 과거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369억 원이다.
한온시스템의 비용 절감 움직임은 최대주주인 한앤코의 뜻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의 이사회는 4명의 기타비상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4명의 기타비상무이사는 모두 한앤코에 적을 두고 있다.
한앤코는 지난 5월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온시스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앤코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0% 중 25%를 1조 3679억 원에 인수하고, 이와 별개로 유상증자를 통해 3651억 원을 한온시스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앤코와 한국앤컴퍼니그룹은 MOU를 맺었을 뿐, 매각 조건에 대한 합의를 완료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오버 페이’를 했다고 지적한다. 한앤코와 한국앤컴퍼니그룹이 MOU를 체결한 지난 5월 3일 한온시스템 주가는 6490원이었다. 그런데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주가는 올해 10월 들어 4000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실적마저 악화되면 한앤코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매각 조건 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러나 거래 조건은 변경될 수 있다. 이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앤코에 거래 조건 변경을 제안한 상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당초 한온시스템 지분 25%를 1조 3679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9월 30일 지분 23%를 1조 2277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인수 예정 한온시스템 주식의 주당 가격은 1만 250원에서 1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당초 연내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정정공시를 통해 ‘대출금융기관의 동의가 있는 경우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신주 6514만 4960주를 주당 5605원에 인수해 총 3651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주 1억 4496만 2552주를 주당 4139원에 인수해 총 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유상증자에 투입되는 돈은 늘어났지만 신주의 주당 가격은 줄어들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한 셈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앤코에 이같이 변경된 조건으로의 본계약 체결을 제안했다. 공식적으로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지난 9월 30일 계약 조건 변경 공시 이후 수일 내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일이 넘도록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앤코가 협상 과정에서 높은 매각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한온시스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완성차업계 업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 한온시스템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사실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은 부진했지만 그간의 매출은 상승세에 있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한온시스템의 매출도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EV) 판매량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 투자가 집행된 EV 열관리시스템 사업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당초 BMW의 ‘노이어 클라세’ EV 라인업과 벤츠의 새로운 EV 라인업에 열관리시스템 공급을 시작함에 따라 점차적인 이익개선을 기대했으나 독일 완성차 업체의 EV 생산대수는 단기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고강도 수익성 개선을 통한 비용 효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전동화 및 글로벌 완성차 수요 불확실성은 당분간 한온시스템 실적 개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했고, 이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인수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앤코는 모두 한온시스템 매각 진행 과정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