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일가 ‘어른’ 이만득 명예회장 딸 이은선 입지 강화 전망…삼천리 “생활 문화 사업 확장 위한 목적”

성경식품은 1981년 대전에서 영업을 시작한 향토기업이다. 20년 넘는 기간 사업을 하며 조미김 제조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에서 업계 3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는 동원과 CJ인데 이들은 2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성경식품의 2024년 매출액은 1235억 원을 기록해 전년 971억 원 대비 27.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82억 원으로 전년 100억 원에서 18% 감소했다. 그럼에도 K-푸드의 인기로 김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5년간 김 수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약 14%다. 2024년 김 수출액은 1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1조 6000억 원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에너지 관련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그룹 본업과는 거리가 있다. 삼천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4년 기준 5조 1207억 원 수준이다. 삼천리그룹의 외식 사업은 자회사 삼천리ENG 산하 외식 사업부문(SL&C)을 통해 영위하고 있다.
현재 SL&C가 운영하는 외식브랜드는 중식당 스타일 차이797, 한우 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홍콩식 음식점 호우섬, 직화 전문 한식당 서리재, 일식 이타마에 스시 등이다. 이 기간 외식부문 매출은 923억 원 수준이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기여도는 1.8%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삼천리의 사업 영역 확대 이유를 오너일가의 지배구조에서 찾기도 한다. 이만득 명예회장은 이씨 일가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분구조상 지배력은 불안정하다. 삼천리그룹은 1951년 유성연 선대회장과 이장균 선대회장 두 일가가 동업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일가는 삼천리그룹을 두 개의 축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삼천리와 그 산하 기업은 이장균 회장 일가가 운영하고 있고,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ST인터내셔널)과 그 산하 기업은 유성연 선대회장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양측은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의 보유 지분을 엇비슷하게 보유하면서 동업자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양가 모두 2세까지 승계가 마무리 돼 3세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2세부터 승계 방정식은 기존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ST인터내셔널은 유성연 선대회장의 장남 유상덕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차남인 유용욱(미국국적·Yoo Robert Yong Wook) 경영기획실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승계구도가 명확하다. 유씨 일가 3세대 장남인 유용훈 씨는 그룹 경영에서 배제되면서 유용욱 실장으로 승계가 굳어지고 있다. 유용욱 실장은 삼천리의 지분 9.18%를 확보해 유 씨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천리 지분을 소유한 이씨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인물은 이장균 선대회장의 장손 이은백 사장(9.18%)이다. 이은백 사장의 아버지이자 이장균 선대회장의 장남인 고 이천득 부사장이 별세하면서 그 빈자리를 이만득 명예회장이 채웠지만 현재 삼천리 지분율만 놓고 보면 이은백 사장의 존재감이 더 크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직계 비속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근소하게 이은백 사장의 지분율을 앞선다. 하지만 지분을 3세로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 비용 부담으로 인해 이만득 명예회장 측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ST인터내셔널은 이만득 명예회장과 이은백 사장이 각각 23.43%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은백 사장은 지난 2024년 사장으로 올라서면서 그룹 전반에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이은백 사장은 그룹 전체 총괄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본업 사업인 에너지 사업을 맡으면서 차기 경영권에 한 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배경에서 2008년 삼천리가 외식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이만득 명예회장이 승계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이은선 부사장이 외식업을 이끌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붙었다. 1982년생인 이은선 부사장은 2010년 과장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2017년에는 상무로 진급했으며, 2020년에는 외식사업 부문을 확장했다는 공로로 전무로 진급했다. 이후에는 삼천리 전략본부에서 신사업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다시 부사장으로 직급이 오르면서 그룹 내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성경식품 인수 계약 현장에 직접 참여할 만큼 열의를 드러냈다.
한편에서는 삼천리 신사업 진출을 두고도 뒷말도 나온다. 2024년 기준 삼천리의 배당성향은 7.95%로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천리그룹은 동업 관계로 별다른 잡음 없이 운영되는 그룹이다. 다만 모든 기업이 그렇듯 승계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이만득 명예회장 측 입장에서) 외식 사업 진출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외식 사업을 하고 있었던 만큼 성경식품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계열분리 등 승계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으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