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계획 등 포함 노조 반발, 실현 가능성 물음표…홈플러스 “현금흐름 악화, 불가피한 결정”

홈플러스는 2025년 12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사업부 분리 매각, 3000억 원 규모 DIP파이낸싱(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 회생 기간에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받는 신규 자금 지원)을 통한 자금 조달, 일부 점포 영업 중단 및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이자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재정 지원을 약속했지만 홈플러스 상황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회생신청 전 홈플러스의 증권사 대출 2000억 원에 대해 MBK는 연대보증을 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소상공인 거래처 채무 변제를 위해 400억 원을 개인 증여했고, 2025년 4월 홈플러스가 차입한 600억 원 규모 DIP파이낸싱에 대해서 연대 보증을 섰다. MBK는 2025년 9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최대 2000억 원을 증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폐점을 미뤄왔지만, 제조사에 내야 할 납품 대금을 정산하지 못했고 임직원의 2025년 12월 급여도 분할 지급할 정도로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결국 2025년 12월 28일 서울 가양, 부산 장림, 고양 일산, 수원 원천, 울산 북구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이 중단됐다. 인천 계산, 시흥, 안산 고잔, 천안 신방, 대구 동촌점 등 5개 지점도 2026년 1월 중으로 영업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안수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마트노조 등이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MBK에게 다시 홈플러스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10원짜리 한 장 투자하지 않고 또다시 빚(DIP파이낸싱)으로 연명하겠다는 것은 회생이 아닌 먹튀를 위한 시간 끌기”라고 말했다.
정진욱 민주당 국회의원도 “MBK는 인수 당시부터 5조 원의 빚을 안겨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를 망가뜨렸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가르고, 이제는 이를 분해해서 매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하이퍼마켓(대형마트)과 SSM을 포함한 통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2025년 10월 31일 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 등 두 곳이 홈플러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본입찰 마감일인 2025년 11월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없었다.
분리 매각에 나선 홈플러스는 현재 대형마트 120여 곳과 SSM 290여 곳을 두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가는 7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오는 2026년 3월 3일이며, 법원 판단에 따라 6개월 더 연장하게 되면 최장 2026년 9월까지 늘어날 수 있다. 홈플러스는 분리 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 승인을 위해 채권단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채권단이 승인하지 않으면 청산 과정이 불가피해진다.
채무자회생법 등 현행법상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관계인 집회를 통해 의결권 총액 기준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총 부채는 2조 9000억 원인데, 최대 채권자는 2024년 5월 약 1조 2166억 원을 대출해준 메리츠금융그룹(증권·화재·캐피탈)이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더라도 SSM 인수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수 희망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홈플러스는 2024년 6월부터 2025년 3월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추진했고 실사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SM은 오프라인에서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지만, 유통 규제 때문에 무작정 확장하는 것은 어렵다”며 “오프라인 진출을 원하는 온라인 위주의 유통업체 말고는 인수를 추진할 만한 업체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SSM은 신규 출점 시 지방자치단체 심의, 전통시장 1km(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출점 제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월 2회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규제는 4년 간격으로 효력이 자동으로 상실하는 일몰제이지만, 최근 국회 본회의 통과 및 연장돼 2029년 11월까지 유지된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아닐뿐더러, 임대 사업 위주여서 부동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산 측면에서도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마다 SSM 부문 연 매출이 1조 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익스프레스의 예상 매각가(7000억 원)는 과하게 책정돼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정비가 계속 빠져나가고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SSM 분리 매각, 인력 효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회생계획안 제출은 불가피하게 결정된 사항”이라며 “법원 인가 후 M&A(인수합병)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