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단계적 교류 시작 입장 확인…김혜경 여사·펑리위안 여사와 ‘한중가요제 재개’ 언급도 눈길

그동안 중국은 한한령에 대해 한 번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완화’ 혹은 ‘해제’를 언급하는 데도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한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5일 브리핑에서 “여전히 중국은 한한령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두 정상의 대화 중에 ‘한한령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너무 따질 필요 없다’는 취지의 대화가 있었다. 실무 협의를 통한 점진적, 단계적 접근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해제 선언은 없었지만, 양국 정상이 만나 관련한 언급을 나눈 만큼 지난 10년 동안 꽉 막힌 한중 대중문화 교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한한령’이 대체 뭐길래
한한령은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한국의 문화 산업에 불이익을 준 조치다. 이후 K-팝 등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이나 음반 활동이 가로막혔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수출도 중단됐다. 물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기조는 10년 동안 유지됐다. K-팝을 중심으로 K-드라마와 K-영화 등 K-컬쳐의 글로벌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벽이 가로막힌 상황에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 완화 및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을 맡은 가수 박진영은 당시 경주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 베이징에서 여는 K-팝 공연을 두고 짧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알려졌다.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약 두 달 만에 다시 진행하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은 확산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한한령 해제까지 ‘이해’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가) 갑자기 바뀌면 (중국이 한한령은) 없다고 한 게 있는 게 되는 것일 수 있다”며 “그런 점을 서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봄도 갑자기 오지 않듯이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질서 있고 유익하게, 건강하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10년 동안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 등 콘텐츠 수출 및 교류가 가로막힌 상황을 ‘제로 상태’라고 바라본 이 대통령은 “너무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단계적으로 원만하게 해나가면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한한령 해제 물꼬 결정타 누가 날릴까
2016년 한한령이 시작된 이후 중국에서 K-팝 가수들의 음반 발표와 공연은 완전히 가로막혔고, 드라마와 영화 수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영화 ‘오 문희!’ 등 극히 일부 작품이 중국에서 상영했지만 그 횟수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최근 들어 스타들의 중국 팬미팅이 재개되는 등 분위기가 개선되지만 여전히 공개적인 양국 콘텐츠 교류는 막힌 상태다. 전 세계 주류로 성장한 K-팝 가수들이 가장 바라는 시장도 미국과 더불어 중국이다.
올해부터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한령 완화에 대한 양국 정상의 발언이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K-팝 가수들이 참여하는 공연을 구상한 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등 대형 엔터 기업들에 스케줄을 문의했다. 실제 공연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실무단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이제 관심은 한한령 해제의 물꼬를 트는 ‘결정타’를 누가 날릴지로 향한다. K-팝 그룹이 될지, 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될지 관심이 증폭된다. 김 여사와 펑 여사가 약속한 한중 가요제가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tvN 드라마 ‘시그널2’가 연내 한중 동시기 공개를 추진 중이라는 방송가 관계자들의 전언까지 각종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