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치 지배 가능성 갖춰…압수 대상 맞다”

앞서 A 씨는 2020년 1월 경찰에게 자금 세탁 범죄 수사 과정에서 한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당시 시가로 약 6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 55.6개를 압수당했다. A 씨는 “거래소 계좌에 있는 비트코인은 형사소송법 상 압수할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한 압수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가상자산이 전통적인 유체물에 해당하진 않지만, 전자적 거래 또는 이전을 전제로 한 전자적 증표로서 형사소송법 상 ‘몰수할 것으로 사료되는 물건’에 해당하는 만큼 압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 씨는 대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상 압수 대상에는 유체물과 전자 정보가 모두 포함된다”며 “비트코인은 독립적 관리 가능성, 거래 가능성, 경제적 가치에 대한 실질적 지배 가능성 등을 갖춘 전자적 증표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이라고 했다.
또 거래소 내 비트코인의 관리와 매매는 전자지갑에 저장된 개인 키로 보유자가 사실상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관리하는 A씨 명의 비트코인을 압수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준항고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이번 대법원 선고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보관·매매되는 코인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밝히고, 수사 단계에서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결정”이라고 봤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