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파리 ‘그랑 팔레’에서 시작된 프랑스의 설치미술가 에바 조스팽의 개인전이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흙빛인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고대 로마 유적지 사이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감탄하고 있다.
열다섯 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된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로테스코’로, 한 젊은 남자가 로마 유적의 동굴을 우연히 발견한다는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설에 따르면, 동굴을 탐험하던 이 남자는 지하에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발견하는데, 이 유적은 훗날 네로의 황금 궁전 ‘도무스 아우레아’의 잔해로 밝혀졌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지하에 묻혀 있던 이 거대한 궁전에서 이른바 ‘그로테스코’라는 양식이 탄생했다.
‘그로테스코’ 전시 자체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덩굴이 기어오르는 기둥, 관람객을 둘러싸는 정교한 돔 구조, 직물과 조각을 결합한 자수로 된 바닥 부조 등이 그렇다. 특히 흙빛 톤의 구조물들은 선사 시대의 동굴 분위기를 풍긴다.
이러한 지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조스팽이 선택한 재료는 흙과 비슷한 색을 띠는 골판지였다. 흔하고 일상적인 재료로 여겨지는 골판지를 능숙하게 다루어 초현실적인 건축물로 변모시킨 것. 조스팽은 “골판지는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재료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 취약성, 그리고 자연 세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 제격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마이모던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