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 단기 투약 후 중단 시 요요 속도 4배 경고…“장기 비만 치료 목적 맞게 투약 전략 세워야”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된 뒤 국내 다이어트 시장 판도를 크게 흔들고 있다. 비만 질환을 장기적 관점에서 치료하는 본래 용도와 달리 마치 단기간에 살을 빼주는 ‘다이어트 촉진제’처럼 소비되는 사이, 투약 중단 후 극심한 ‘요요(체중 재증가)’ 현상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마운자로는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 치료제로, 국내에는 지난해 8월 출시됐다. GLP-1과 GIP 수용체(지방세포를 분해하고 인슐린 감수성 개선 역할)에 동시에 작용해 위고비보다 식욕 억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결과 72주 투여 시 체중의 최대 22.5%를 감량하는 효과가 있어 ‘위고비 대항마’로 불린다.
장기적 비만 환자 치료 목적의 두 주사제를 단기간 체중 감량(다이어트) 촉진제로 인식해 쉽게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유명 인사들이 이들 주사제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퍼지며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란 인식이 확산됐고, 일부 의료인의 투약 체험기가 보태지면서 투약 열풍에 불을 지핀 것으로 진단된다. 일부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처방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해외 의학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에 실린 영국 옥스퍼드대(샘 웨스트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속도는 기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감량했을 때와 비교해 최대 4배 빠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약물 효과 소실과 인체의 보상 기전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정은진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투약 기간 동안 식욕을 억제해 음식 섭취량을 줄게 하지만, 중단 시 효과가 사라지고 식욕이 빠르게 회복된다”며 “특히 단기간 투약의 경우 체중은 줄었어도 생활습관이나 대사구조는 충분히 바뀌지 않아 요요가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약 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도 장기 투약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들 주사제는 구역질이나 구토, 소화불량, 설사, 변비 같은 위장장애 증상에 더해 두통이나 어지럼증, 탈모, 우울감 같은 증상도 보고되고 있다. 이런 부작용 탓에 투약하던 사람들이 체중 감량 효과를 체감하면 바로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약 경험이 있는 남성 A 씨는 “(위고비 투약 시) 식사량이 줄면서 체중은 줄었지만 우울감이 너무 심했어서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운자로를 투약했던 30대 여성 C 씨는 “두 달 정도 투약한 뒤 체중이 63kg에서 59kg으로 줄었으나 속 울렁거림과 메스꺼움, 변비와 설사 증상이 차례로 나타나 중단했다”며 “중단 후 한 달 만에 다시 2kg이 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투약을 지양하고 전문의와 상의해 장기적으로 투약할 것을 당부한다. 정은진 교수는 “이 약물(위고비·마운자로)은 단기간 다이어트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체중 관리를 전제로 한 치료제”라며 “당뇨나 고혈압 약처럼 충분한 기간 투약하면서 식사·운동 습관을 함께 교정하고, 중단 시에도 의료진과 상의해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요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