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화 인적분할 3세 경영권 승계 마무리…일감 몰아주기와 합병으로 규제 피하며 지배력 완성

시작은 2001년 한화에스앤씨(S&C) 설립이다. (주)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2 대 1로 3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전산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2003년에는 매출 1067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 자기자본 47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05년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는 이 회사를 액면가, 즉 30억 원에 인수했다. (주)한화가 헐값 매각을 해 주주에 피해를 입혔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4년 1267억 원의 매출에도 37억 원 넘는 영업적자를 내며 자기자본이 6억 원대로 쪼그라졌기 때문이다.
2005년 한화S&C는 다시 33억 원의 영업 흑자로 돌아서고 자기자본은 83억 원을 넘어섰다. 딱 한 해 적자였을 때 삼형제가 지분을 매입했는데 그 직후 경영실적이 바로 개선된 것이다.
#몸집 확대…그룹 알짜 사업권에 참여, 현금 확보
일단 승계 작업을 위한 ‘법인’ 기반을 갖춘 삼형제에게 한화그룹의 ‘알짜’ 일감이 주어졌다. 군장열병합발전과 여수열병합발전이다. 군산과 여수 산업단지에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알짜 사업이다. 한화그룹은 이를 2007년과 2009년 한화S&C에 넘겼다. 2006년 2000억 원을 넘긴 매출은 2008년 3431억 원, 2009년 4211억 원, 2010년 7714억 원으로 급증했다. 흑자가 쌓이며 자기자본도 2000억 원에 육박하게 됐다.
2011년 한화솔라에너지(한화큐셀코리아) 설립에 참여(지분율 20%)하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고, 2012년에는 열병합발전부분을 한화에너지(구 여수열병합발전)로 통합한다.
2014년 자기자본이 5500억 원을 넘게 된 한화에너지는 2015년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함께 삼성이 한화에 판 삼성종합화학 지분 인수다. 5368억 원을 투입해 지분 30%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종합화학이 50% 지분을 보유한 삼성토탈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조 66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설비(방향족 생산공장) 투자를 했다. 2015년은 투자가 끝나 신공장에서 새로운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황금알’을 낳기 직전에 싼값에 인수하게 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으로 이름을 바꾼 삼성종합화학의 2015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40% 늘어난 1조 5682억 원을 기록했고 42억 원 적자였던 영업 손익도 2237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한화종합화학은 2016년에는 2500억 원을 들여 한화큐셀코리아 지분 50%를 인수(유상증자 출자)할 정도가 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됐다. 한화S&C 매출의 절반가량이 한화그룹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삼형제는 회사를 지주사 역할을 할 에이치솔루션과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S&C로 물적분할했다.
분할 직후 한화S&C는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과 합병했다. 합병 대가로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을 갖게 됐다. 지분 절반은 2018년 헬리오스S&C라는 사모펀드에 매각(930억 원)했고, 나머지 절반은 계속 보유했다. 한화시스템이 이후 상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삼형제가 지배력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 보유 한화시스템 지분의 가치는 2조 3000억 원이 넘는다.
#지배력 확보…최소한 예산으로 최대한 지분 매입
2021년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합병했다. 2023년 자기자본 5조 원 규모로 성장한 한화에너지는 2024년 그룹 최정점에 서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먼저 배경은 이렇다. 삼형제는 수증과 차입 투자 등으로 (주)한화 주식을 확보해왔지만 자금력이 제한적이어서 지분율이 낮았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부여 계약까지 동원할 정도였다. 일종의 조건부 스톡옵션으로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분확대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2019년부터는 한화에너지도 (주)한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김승연 회장에 이은 단독 2대 주주에까지 올랐다. 2024년 7월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600만 주를 매입해 지분 8%를 더 확보해 단독 최대주주에 오르겠다는 목표였다. 마침 2024년 6월 말 (주)한화 주가는 2만 5000원선까지 떨어지며 삼형제와 한화에너지의 (주)한화 지분매입 평균가격(주당 약 3만 원)을 밑돌았다. 공개매수에는 390만 주가 응해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한화에너지로서는 비교적 싼값에 지분율을 9.7%에서 14.9%로 높일 수 있었다.
2025년 들어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 4만 원을 돌파하자 김승연 회장은 그해 4월 (주)한화 지분을 삼형제에게 증여했고, 한화에너지가 최대주주가 됐다. (주)한화 주가는 지난해 203%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67%이상 상승했다. 삼형제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주)한화 주식은 약 3200만 주로 현재 주당 평균 10만 원 이상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 시가로 3조 2000억 원이 넘는다.
#정리…인적분할 후 주식 맞교환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 지분 15%를 1조 1000억 원에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지난 1월 14일 (주)한화는 유통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몫을 분리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김 부사장은 보유한 (주)한화 지분을 신설되는 지주사 주식과 맞교환(Swap)하는 방식으로 유통부문의 지배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이 더 필요하면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금융부문은 이번 분할에서 빠졌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지배 단계가 ‘금융지주–자회사–손자회사(2단계)’에서 멈추도록 설계돼 있어, 손자회사가 또 다른 회사를 지배해 3단계(증손회사)를 만드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한화 금융의 정점인 한화생명 아래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상장사)을 지배하는 현재 구조는 ‘3단계 지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금융부문을 따로 떼어 인적분할로 지주사를 만들 경우, 금융지주 전환 과정에서 이런 구조를 2단계로 줄이도록 재배치(예: 한화투자증권을 금융지주의 직접 자회사로 두는 방식 등)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은 ‘막내 몫’의 정리에는 속도를 냈지만, 금융 라인은 규제·인가·구조조정의 3중 관문 앞에서 한 템포 늦출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