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론 저평가 해소 한계…중복상장 인한 가치분산과 지배주주 중심 거버넌스 개선해야”

인적분할 목적과 관련해 한화는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복합기업과 지주회사 성격으로 인한 구조적 할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계열사 분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구조적 할인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화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임직원 보상용(RSU) 물량을 제외한 보통주 자사주 445만 주(발행주식 총수의 5.9%)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제시한 저평가 요인은 비교적 수긍할 만하고, 이번 인적분할만 놓고 보면 주주 입장에서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방위산업, 조선, 에너지, 유통 등 주요 사업은 별도의 계열회사가 직접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화의 저평가를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성’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다른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가장 핵심적 저평가 요인은 ‘중복상장’과 ‘거버넌스’ 자체에 있다. 한화가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계열사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비전 △한화솔루션 △한화갤러리아 등이 모두 상장돼 있다. 상·하위 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는 경우 가치평가 분산, 구조적인 이해상충 위험 등으로 인해 구조적 할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유-지배 괴리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거버넌스 차원에서도 큰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인적분할만으로 저평가를 해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한화 지분 약 22%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IPO 절차를 본격화하며 중복상장 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적분할만으로 구조적 저평가 요인이 충분히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화에너지는 전신 격인 한화S&C에서 출발해, 그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돼 온 과정을 거치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S&C는 과거 한화의 정보부문 관련 자산·부채를 매입하는 과정 등을 거치며 그룹 IT 축으로 성장했고, 이후 발전·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업가치가 크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사업 기회와 지원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장기간 지분을 100% 보유해 왔던 만큼, 이들이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최근 프리IPO를 통해 각각 5%, 15%의 지분을 매각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1조 1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프리IPO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업가치는 약 5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며, 김동관 부회장 등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상당한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보기에, 만약 지배주주 일가가 아니었다면 동일한 조건에서 이러한 규모의 가치 실현이 가능했을지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 일가 3형제가 주요 사업 부문의 수장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과연 지배주주 일가가 아니라면 가능한 일일까. 코스피가 5000선에 근접한 지금, 대기업집단의 거버넌스는 그에 어울리는 성숙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없다.
구조적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지금까지 제기돼 온 거버넌스의 여러 병폐부터 해소해야 한다. 우선 지배주주 일가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얻게 될 막대한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룹에 환원되도록 하는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존 주주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복상장 구조를 개선하고, 추가 확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 참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공식적 절차를 통해 경영 능력과 자질을 검증 받는 투명한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 master@ilyo.co.kr